남북 대화 국면서 높아지는 한·미 정상 '싱크로율'…美 ‘펜스 평창행=北 도발억지 trip’ 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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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남북 간 대화가 가동되면서 한·미 정상의 ‘메시지 싱크로율’도 높아졌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을 의미있는 비핵화 추진 동력으로 이어가려면 한·미 동맹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10일 밤 30분 동안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뒤 양국은 각기 보도자료를 냈다. 청와대 발표는 6개 문장, 백악관 발표는 5개 문장이었는데 핵심 내용이 상당 부분 같았다. ^남북 간 고위 당국 회담 결과를 논의했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남북 회담이 성사됐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at the appropriate time, under the right circumstances)”를 명시했다는 내용은 양측 발표가 똑같았다.

 엿새 전 통화 때는 공감보다는 차이가 부각됐다. “양 정상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이 백악관 발표에만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청와대 발표에만 있었다. 이 때에 비해 10일 발표에서는 양 정상의 목소리가 상당 부분 일치된 것이다. 9일 남북 회담 결과가 나온 직후 이미 외교채널을 통해 실무선에서 미국 측에 내용을 공유했으면서 최고위급 간에 또다시 소통에 나선 것도 한·미 공조에 빈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최고의 압박 작전 지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확고한 입장 견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압박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평창 겨울 올림픽 기간 중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청와대만 소개했다.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 뒤에도 공개적으로 남북 대화를 지지했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남북 대화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성공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선 "(북한과의) 전쟁은 없다. 나는 전쟁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화염과 분노’까지 언급했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에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ㆍ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을 계기로 북ㆍ미 대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A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의 불량 국가(북한)를 상대로 협상을 펼칠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임기 첫 해(지난해)에 강경 노선을 취한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핵 무기 개발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에 대해) 언제든지 신중하지 않은 수사적 표현을 쏟아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를 할 의향이 있지만, 북한의 도발은 제재로 응징하고, 동맹을 위협하면 군사행동도 고려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북한의 위협 억지를 강조했다.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미국의 단호한 의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올림픽에 간다”고 밝혔다. 또 “펜스 부통령은 한·일 정상에게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이로부터 방어하겠다는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잘 진행돼 핵 문제에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에 제재와 압박으로 나서도 된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으며, 우리 역시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회담을 위한 회담을 경계한다’ 등의 입장을 잘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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