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서 세계 첨단기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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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최대의 간판 기업인 삼성그룹이 22일로 창업 꼭 반세기를 맞았다.
50년 전인 1938년 3월 대구 서문시장 부근에 삼성상회의 간판을 내걸고 소규모 무역상으로 출범한 삼성은 해방 후 고 이병철 회장이 제당업에 손을 대면서 대기업의 웅지를 다져 나갔다.
이후 제분·면방 등 수입 대체산업으로 역량을 키운 삼성은 63년 동양방송을 설립, 매스컴 사업에도 참여했다. 60년대 말에는 삼성전자를 설립, 가전 메이커로도 부상했다. 70년대에는 중공업 부문에도 진출했다.
삼성은 끝없는 변신과 확장을 거듭하다가 80년대 들어서는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 부문에 전력투구, 64KD램·2백56KD램을 개발해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일본에 이어 3번째 로 1메가D램을 개발, 세계 최첨단의 대열에 진입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 같은 개발성과로 선진국과의 반도체 산업 격차는 크게 줄었으며, 삼성그룹은 작년 8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5백대기업(미국제외) 중 21위에 랭크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과 수성의 50년 동안 삼성은 독특한 경영기법을 도입, 국내 재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30여년 전인 지난 7년 국내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대졸사원의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사관리의 혁신을 거듭했다. 이 같은 공채제도는 현재 국내 재계에 완전 정착됐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에서는 「조직의 미쓰비시(三菱)「인재의 미스이(三井)」와 함께 「관리의 삼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특히 「사람」을 중시, 평생을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이회장은 『나무를 가꾸듯 인재를 양성해 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일을 배운 「삼성인」들은 국내 재계뿐 아니라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삼성은 또 「제일주의」를 표방, 이를 실천해 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이 손을 대면 장사가 되고 또 1위가 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창업주의 타계 후 이건희 회장이 그룹경영대권을 승계, 2세 시대에 들어갔다.
신임 이회장은 취임 후 『선친이 이루어 놓은 삼성을 「세계 속의 삼성」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90년대까지 세계적인 첨단산업 메이커로, 2000년대에는 우주항공산업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회장은 이를 「제2의 창업」이라고 전제, 수성과 함께 재도약을 다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앞으로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사회봉사사업을 비롯한 본격적인 문화진흥 활동을 전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 졌다. 이를 전담할 별도의 기구를 국내기업으로서는 최초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창업주의 신념이었던 「사업보국」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구상을 구체화한 셈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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