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직 앞둔 부부, 최대 고민은?…"아이 맡길 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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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이 육아휴직에서 복직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아이 맡길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회사를 아예 그만 두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받길 희망하는 육아휴직 급여액은 200만원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0일 이러한 내용의 ‘육아휴직 사용 실태 및 욕구 조사’를 공개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국 만 20~49세 남녀 400명을 지난해 11~12월 온라인으로 설문한 결과다.

인구협회, 육아휴직 쓴 남녀 400명 설문 공개 #휴직 사용에서 큰 걸림돌은 '돈'과 '회사 눈치' #휴직 기간 평균 8개월, 22%는 계획보다 줄여 #육아휴직 동안 자녀와 친해지는 게 큰 '장점' #복직 다가오면 절반이 퇴직 고민, 여성 퇴사 ↑ #휴직 기간 24개월, 급여는 200만원 희망 많아

 협회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휴직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31%)과 직장 동료ㆍ상사의 눈치(19.5%)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인사 고과의 불이익, 여성은 경력단절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크게 걱정하는 편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중앙포토]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중앙포토]

 그러다보니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는 경우도 생겼다.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한 기간은 12개월(38.3%)이 가장 많았지만, 전체 평균은 7.7개월에 그쳤다. 여성은 8.7개월이었지만 남성은 그보다 2개월 적은 6.7개월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22.3%는 육아휴직을 원래 계획한 것보다 적게 썼다고 밝혔다. 남성은 퇴사ㆍ인사 고과에 대한 불안감(46.9%), 여성은 회사의 복직 요구(57.5%)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좋은 점도 많았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 기간에 가장 좋았던 점으로 ‘자녀와의 관계 증진’을 꼽았다. 자녀 옆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둔 것이다. 여성은 여유있는 육아(45.5%), 남성은 본인ㆍ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39.5%)이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복직 시기가 다가오면 현실적인 고민이 다시 찾아왔다. 절반 가까운 사람(46%)들이 육아휴직 후 복직 여부를 고민했다. 여기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45.1%)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육아휴직 동안 본인이 도맡았던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아빠가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아빠가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고민이 쌓여 육아휴직 후에 아예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퇴사 비율은 여성이 19%로 남성(7.5%)의 3배에 가까웠다. 퇴사한 이유는 ‘근로 조건이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66%)는 게 가장 컸다. 실제로 남성 응답자의 71.5%는 육아휴직 후에 양육 참여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워라밸’로 표현되는 일ㆍ생활의 균형이 여전히 어렵다는 의미다.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희망 사항은 뭘까. 응답자들은 육아휴직을 24개월(37.5%), 2~3회 분할(63.5%)해서 사용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원하는 육아휴직 급여 규모로는 200만원(37.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현재 정부에서 지급하는 상한액인 15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첫 육아휴직 신청시에 육아교육을 의무 제공하는 데에는 76.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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