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의 신뢰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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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마을 운동본부에 대한 일련의 사건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극비리에 출국했던 전경환씨가 출국 이틀만에 급거 귀국한 데 이어 지금까지 침묵만 지켜오던 사직당국이 새마을 비리 전면수사로 급회전했다.
전씨의 귀국과 검찰의 수사는 그 동안 착잡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진정시킬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이제 문제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심도 있게 진행되어 쌓였던 의혹과 의문점을 과연 풀어 헤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번 수사가 박종철사건의 경우처럼 겉핥기 수사, 시늉만 내는 수사에 그친다면 문제의 수습과 해결 아닌 새로운 문제로의 확대와 재생산이 될 것이다.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히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사가 되어야 한다.
과거 흔히 보아왔던 것처럼 수사 시작 때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알맹이는 그대로 덮어둔 채 모양만 내다마는 건성수사로 끝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수사의 중대성이 얼마나 크고, 이 사건의 의미와 성격이 어떠하다는 걸 깊이 인식하고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번 수사는 제6공화국 출범 후 최초로 제5공화국의 비리를 들추어내는 수사다. 새정부가 5공화국의 연장선상에 있는 「5.5공화국」이라는 등 항간에는 숱한 말들이 오가고, 시각 또한 구구하다. 이러한 말과 시각을 정리하고 규정짓고 새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는 수사가 다름 아닌 이번 새마을 비리 전면 수사다.
둘째는 민주화와 「보통사람」시대로 대변되는 새정부의 도덕성과 정치력을 시험하는 수사다. 모처럼 정통성을 획득해 출범한 새정부가 공권력의 도덕성을 잃거나 공정한 법의 운용과 법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순탄해야 할 정권의 향방이나 닥쳐올 총선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눈감아 버리거나 약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면 새정부의 권위나 신뢰는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기강과 국법 질서 유지가 극난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수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교과서 수사와 공개수사에 충실해야 한다. 그동안 수 없이 제기된 의문점과 의혹을 낱낱이 캐어 모범 답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또 새마을 비리가 「권력형」의 전형인 만큼 보이지 않는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관과의 유착과 비호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수사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더구나 탈법과 압력과 영향력이 동원되어 「성금」이라는 이름으로 준조세형식의 엄청난 자금이 어디서 얼마나 거두어졌고 그 돈의 행방이 어딘지도 밝혀져야 한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감사측면에서 다루어졌던 감사원 감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박종철 사건수사에서처럼 사건의 핵심인 「대책회의」의 정체마저 밝히지 못했던 검찰은 이 기회에 본연의 신뢰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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