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퍼레이드' … 총리는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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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오른쪽)이 5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영남제분 투자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사건이 '공직자들의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공직자들이 해명하고, 그것이 거짓말로 밝혀지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의문이 나오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 수없는 거짓말=이 총리의 3.1절 골프가 언론에 보도된 2일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 사이에 총리실과 이기우 교육부 차관, 김평수 교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언론에 공개한 진상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당시 골프모임에 이 총리만 참석했고 다른 공직자는 없었다"던 총리실의 3일 해명은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이 총리의 전 비서실장이던 교육부 이 차관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 총리와 동행해 골프를 쳤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또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초청했고, 상견례를 위한 모임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총리실이 부산에 먼저 연락했고, 상견례가 아니라 이미 서로 알던 인물들이었다. 이런 사실은 모두 언론의 추적을 통해 드러났다.

이 차관은 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기 골프는 안 했다"고 밝혔다. 총리실도 "내기 골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이 40만원을 상금으로 내놓아 18홀을 돌며 홀마다 승자가 1만 ~ 2만원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또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총리 비용만 아시아드 골프장 사장이 내고 나머지 참석자는 각자가 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석한 기업인이 비용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골프모임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이 차관의 경우 지금까지 밝힌 거의 모든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일엔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 몸이 아프다고 해 대신 참석했다"고 말했지만 7일 번복했다.

6일에는 "부산에서 연락이 와 골프를 치게 됐고 비용은 누가 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하루 뒤 "총리가 먼저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류 회장은 잘 모른다"(6일)고 하다가 "예전부터 알았고 여러 번 라운드했다"(8일)로 변해갔다. 김평수 교원관리공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영남제분 류 회장을 전혀 모른다"고 했으나 며칠 뒤 "세 차례 만났다"고 번복했다.

◆ 이해찬 총리의 침묵=의혹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이 총리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단 한번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이 차관이 기자회견에서 "이 총리가 2004년 9월에도 부산 기업인들과 골프를 쳤다"고 말한 데 대해 "그게 잘못됐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그때는 골프를 치지는 않고 저녁 식사만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기 골프 안 쳤다▶다른 공무원 없었다▶골프 비용 나눠 냈다▶이들과 초면이다 등 총리실과 이 차관의 거짓말 해명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데도 이를 시정하거나 바로잡지 않았다는 비판론이 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총리가 힘든 상황인데 언론 보도를 일일이 물어보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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