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체결한 한국-아랍에미리트(UAE) 군사협약 체결의 전말을 밝힌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의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 보도(9일자) 이후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 “비밀군사협정 체결 시인한 것” #민주당 “묻지마 폭로 얼마나 해 끼치는지 확인” #한국당 “이제 청와대가 국민에게 의문을 해소해줄 차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9일 논평을 통해 “김 전 장관이 UAE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비밀군사협정의 체결을 시인한 것”이라며 “그동안 이면합의는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해온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자유한국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 동안 이명박 정부 때 UAE와 맺은 비밀군사협약이 문제가 돼 문재인 정부가 수습하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난해 12월 UAE로 급파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의원은 또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앙일보의 단독보도로 사실은 거의 일단락 된 것, 종결된 거죠?”라는 진행자 물음에 “최종적인 확인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그 동안 보여준 ‘묻지마 식’,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와 의혹제기가 국익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유한국당을 향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였던 한국과 UAE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만큼 국익을 위하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비서실장 특사 방문목적을 놓고 ’UAE 원전 게이트’라며 정부 여당을 공격해왔던 한국당은 “청와대가 진실을 밝힐 때”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만큼 청와대를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 동안의 외교 문제와 수습 과정에 대한 의문을 국민에게 해소할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이 정권의 정치보복적 행태가 UAE와의 외교적 리스크를 자초하고, 그 리스크가 국익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 ‘UAE 원전게이트’의 본질이자 전말”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김 전 장관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박 전 대표는 “UAE 의혹에 대해 MB 정부 김 전 장관이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전모를 밝혔다”며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하지만 사전 설명이 있었어야 했다”고 썼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전 장관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UAE에 대한 유사시 한국군의 자동개입 의혹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헌법상의 이유로 8년 전 비밀 군사협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제 문제를 덮겠다는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전 장관에게 “UAE와의 비공개 군사협약에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한 조항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