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군사 비밀협정에 비상시 한국군 자동개입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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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체결된 군사협력 양해각서·약정에 UAE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파병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독소조항’으로 본 문재인 정부가 협정 수정을 요청하자 UAE가 강력 반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에 급파됐단 것이다.

정부 소식통 "文정부, MB협정 수정하려다 갈등"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7일 “이명박(MB) 정부가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할 때 UAE의 특수전 병력을 가르치는 목적으로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를 파병하는 것을 넘어 상호방위군사 조약에 가까운 군사협력을 UAE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UAE에 무기를 팔면 해당 무기의 운용법을 UAE군에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한국군을 파병한 뒤 사실상 UAE의 방위를 한국이 일부 분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군사협력이지만 사실상 군사동맹이라는 해석이다.

당시 정부 내부에선 북한과 대치중인 안보현실에서 외국을 지킬 여력이 많지 않고, UAE의 가상 적국인 이란이 한국의 주요 석유 수입국인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원전 수주 경쟁국인 프랑스가 핵 우산 제공, 연합군사훈련 실시 등의 지원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도 강도높은 군사협력 카드를 내밀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더 우세했다고 한다. 그래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약정과 양해각서 형태로 협정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공개 협정 내용엔 유사시에 아크부대가 UAE 왕정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이 이 문제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집중 추궁하는 일이 있었다.

^유 의원=“2009년 11월  ‘유사시 군사적 지원, 안전보장, 상호방위, 파병’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장관이 UAE 측하고 합의나 약속을 했던 사실이 있나.”
^김 장관=“서로가 우선 ‘하기 쉬운 것부터 좀 논의를 해 보자’ 며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여러 논의가 있었다.”

당시 유 의원은 “극소수만 봤던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관련 문서 열람을 요구했지만, 김 장관은 “양국이 합의한 바가 있어서 열람이 제한된다”며 거부했다.

외교 소식통은 “MB의 비밀합의 문건이 현 정부 들어서 외교부의 적폐 청산 과정에서 발견됐다”며 “송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를 방문해 ‘독소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하며, 그렇지 앟으면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UAE 방문엔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동행했다. 이 소식통은 “외교부 차관보가 국방부 장관의 해외 순방에 같이 간 건 이례적”이라며 “윤 차관보가 송 장관과 동행한 것은 조약 또는 조약에 준하는 문서 체결 사항을 논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ㆍ송승환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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