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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재선임 이유?…부메랑으로 돌아온 ‘전두환 추징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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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정농단 뇌물 형사재판 등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를 다시 선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유죄가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전두환 추징법’에 의해 재산을 추징받게 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일 교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유 변호사를 접견하고 변호사 선임 계약을 맺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쯤 구치소를 찾아 변호인이 되려 한다는 목적을 밝히고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으며 미리 변호사 선임계를 준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 변호사는 접견이 끝난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지장이 찍힌 변호인 선임계를 구치소에 제출했다.

이날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국정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추가 기소한 날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유 변호사를 다시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이전에 기소된 뇌물죄에서는 삼성 등에서 받은 592억원이 미르재단 등으로 갔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진 국정원 뇌물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아 사적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다면 36억여 원은 개인 재산에서 추징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마련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적용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을 못 해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입법에 난색을 표했던 당시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여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추징 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됐고 가족이나 측근 명의로 숨긴 재산도 추징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에 따라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 68억원에 팔렸는데, 이 돈도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구속 기간 연장을 결정한 재판부에 반발하며 유 변호사를 비롯한 사선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하자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후 보인 재판에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가 새로 선정한 국선변호인단의 접견 신청도 모두 거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다시 선임함에 따라 이 사건 재판에는 출석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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