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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사 국방부 영내 이전 합의로 10년 만에 탄력 받는 용산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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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부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네이버 지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부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진 네이버 지도]

한국과 미국 정부가 용산기지 내 한미연합사령부 본부 이전 결정을 내리면서 답보상태였던 용산공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24만㎡ 크기 한미연합사 자리는 용산공원 허리 역할 #서울시 “환영할만한 일. 더욱 많은 시민 의견 듣겠다” #오는 13일부터 전쟁기념관에서 용산공원 토크콘서트

미군 용산기지 이전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북핵 문제가 터지면서 지난 10년간 더디게 진행됐다.

서울시는 한미연합사령부 이전 결정과 관련 “용산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정책 방향으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앞으로 부지 조성을 위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주한미군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공원 조성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5일 밝혔다.

국방부로 이전을 추진 중인 용산기자 내 한미연합사령부. 김주원 기자

국방부로 이전을 추진 중인 용산기자 내 한미연합사령부. 김주원 기자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일 한 강연에서 “한미연합사 본부가 국방부 구역 안에 함께 있으면 한미 동맹의 군사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미 연합사 본부의 국방부 부지 내 이전은 향후 용산공원 조성사업의 보다 완전성 있는 추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미연합사 본부가 용산기지 밖으로 이전하게 되면 용산공원 허리가 안정적으로 조성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공원 부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미연합사 규모는 24만㎡로 주한 미군 주둔지역 243만㎡의 10%에 이른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4일 서울사이버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4일 서울사이버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앞서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용산기지가 경기 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하더라도 연합사 일부를 잔류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용산기지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연합사 잔류를 반대해왔다.

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용산공원 문제를 다뤄왔던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용산공원 조성 추진을 가로막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이번 정부에서 미군과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문제 등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용산공원 조성에는 한미연합사 본부 외에도 약 25만㎡ 규모의 방호·출입시설과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도 이전 문제가 걸려 있다. 용산기지가 이전하더라도 22만㎡ 크기의 한미간 연락부대 부지와 신축 미 대사관과 숙소, 헬기장은 용산공원 인근 부지에 잔류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부지 잔류 문제가 확정되면 남은 주한미군 이전 일정 수립과 건물 실사 계획을 세우는 일이 남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원 설립계획을 세우려면 기지 내 건물 내부구조와 지하시설도 파악해야 하는데 군사기밀이라 접근이 어려웠다”며 “용산에 남아 있는 주한미군 평택 이전계획이 완전히 수립돼야 공원 조성사업도 진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각 부처가 나눠먹기식으로 발표한 공원 설립 계획도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중앙 부처가 용산공원 내에 ‘국립어린이아트센터’ ‘국립여성사박물관’ 등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용산공원 토크콘서트 안내 포스터. [사진 서울시]

용산공원 토크콘서트 안내 포스터. [사진 서울시]

용산공원 용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시도 지난달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용산공원 시민소통공간을 조성했다. 4월까지 이곳에서 ‘용산공원 토크콘서트’도 진행한다. 13일부터 매주 토요일 열리는 토크콘서트에는 박준범 상명대 특임교수의 ‘용산 문화유적 발굴’, 김천수 용산문화원 연구실장의 ‘용산 둔지미 마을’ 등 강연이 마련된다.

김천수 연구실장은 “용산공원은 서울 시민만의 사업이 아니다. 국가 공원으로서 더욱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9월 주한미군 사령부가 이전하면 하반기 주민들과 함께 용산공원 부지를 4개 구역으로 나눠 현장 답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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