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건교위에 거액 '보험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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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2005년 정당·국회의원 후원금 명세가 공개되자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나온 기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관위가 9일 발표한 2005년 공개 대상 후원금(1년에 12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상당수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나 지역구 활동과 연관 있는 인물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성 후원'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 직무 연관성 기부금? =정무위.재정경제위.건설교통위 등 '힘 있는' 상임위에서 이런 경향이 짙었다. 정무위에선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이 신안그룹의 박순석 회장을 비롯, 증권회사와 제2금융사의 임원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후원자 중엔 외국계 은행의 대표이사도 있었다. 정무위가 공정거래위와 금융감독위 등을 담당하는 만큼 업무 연관성이 있다. 재경위에선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기업체 임원 5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고,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한 자산운용회사 사장에게서 후원을 받았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후원자 명단에는 LG화재 구자준 대표이사와 시공테크 박기석 회장 등이 있었다.

건교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은 10여 개 건설사의 임원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 후원자 중엔 대한한공의 임원이 포함돼 있다. 교육위의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사립학교 이사장과 시교육위원에게서 250만원과 200만원을 받았다. 지역구의 광역.기초 의원이나 기초단체장들이 낸 후원금도 많아 '지역 보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박성범(서울 중구) 의원은 시.구의원 10명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후원금 액수는 2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다양했다. 박 의원은 당의 서울시당위원장이다. 같은 당 이성권.정형근 의원도 지역구 내 구청장에게서 500만원씩을 받았다.

◆ '얼굴없는' 후원도 많아=의원들의 직무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렸는지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후원이 많았다. 발표된 공개 대상자 3355명 중 8.3%에 이르는 279명이 직업을 밝히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에게 300만원을 기부한 박모씨처럼 이름만 밝힌 경우도 있었다.

직업 등을 다르게 적거나 모호하게 기재해 신분 파악이 힘든 사례도 적지않다. 열린우리당 소속 건교위원인 이강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한 건설회사 부사장의 직업란에는 '자영업'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원 4명을 후원한 한화그룹 임원의 직업은 '회사원''화약사업부 상무' 등으로 다르게 기록됐다.

◆ 이모저모=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S철강의 S회장은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에게 500만원을, S건설의 P회장은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에게 3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사업으로 유명한 파라다이스 그룹 전필립 회장도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원내대표와 문희상 전 당의장 등을 후원했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보좌관.비서관들로부터 148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재산이 많지 않은 홍 의원의 의정활동을 도와주고 싶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등록재산은 5700여만원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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