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진상을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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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마을 운동본부와 관련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의혹과 비난에 대해 새 정부로서는 직접적 책임감을 덜 느낄지는 모르나 국민이 품고있는 석연 찮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특별대책 기구를 만들어 새마을운동·정화운동 등 국민정신운동에 관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종합적인 발전대책을 수립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 볼 수 있다.
새마을 운동본부는 작년8월 감사원의 감사결과 영종도사건을 비롯해 많은 비리를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이런 비리에 대해 명쾌한 조치를 취해야할 정부가 늑장을 부리는가 하면 비리관련자에 대한 문책도 경고·주의 등 미온적으로 넘기고 징계처분을 받은 상당수 사람들을 그대로 유임시키기까지 했다. 게다가 최종적 책임여부를 가려야 할 인물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언급조차 없이 유야무야로 넘어갔다.
이러고 보니 새마을중앙본부가 치외법권지대냐는 소리가 나오고 알려진 비리 외에도 다른 흑막이 더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의혹의 시선이 계속 집중됐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마을본부 전 회장인 전경환씨가 주식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새마을신문에 대한특혜가 또 말썽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내무부가 예산을 배정해 지난7년 간 새마을신문을 대량구입 해주고 신문은 신문대로 광고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정인의 개인기업이 발행하는 신문을 정부의 예산으로 사주는 일의 부당성을 시정토록 감사원이 이미 통보했는데도 내무부는 금년 들어서도 여전히 예산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새마을본부와 관련해 왜 이런 비리가 꼬리를 물고있고 그런데도 왜 명쾌한 시정조치가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가. 당국은 이제라도 모든 것을 떳떳이 밝히고 필요하면 수사도 해야하며 책임질 사람에게는 응분의 문책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덮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상은 물론 그동안 새마을본부의 운영실태와 각종 사업의 추진 결과 등을 재검토하고 그 타당성 여부를 가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밝혀주는 새마을본부 백서를 발표하는 것도 의혹을 씻는 한 방법일 수도 있다.
이런 노력과 함께 새마을본부의 조직과 기능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과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이념적 좌표설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80년 새마을운동의 민주 도를 명분으로 새마을중앙본부가 설립된 후 새마을본부가 권력형 기구 같은 인상을 주면서 중앙집권 식으로 운영되고 특정인의 영향력 확대나 관·민폐를 끼치는 일이 잦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새마을 본부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떨어져 새마을운동의 진정한 주역이라 할 돈 없고 백 없는「보통사람」인 새마을지도자들의 사기 역시 적잖게 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새마을 본부의 중앙집권 식 운영을 지양할 때가 왔으며 산하 회원단체들의 자율성도 되돌려주고 본부는 지원기능과 협의체 기능만 수행토록 개편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새마을운동의 이념도 이젠 민주화라는 시대의 진운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정부시책 홍보차원에서 운영될게 아니라 탈 권위주의·민주시민의식의 성숙에 이바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새 좌표를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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