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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뒤덮은 쓰레기, 경악" 새해 롯데타워쇼 후폭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까지 날아온 모습. 이태윤 기자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까지 날아온 모습. 이태윤 기자

"최악의 신년 행사"…롯데타워 신년행사로 종이 눈꽃 폭탄

"이벤트도 좋지만 결국 쓰레기일 수밖에 없는 저러한 종이쪼가리 후속처리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는 기획에 경악했다"

롯데월드타워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 쇼에서 종이 눈꽃 날려 #"최악의 행사"…SNS에 인근 주민 불만 이어져 #타워와 약 4km 떨어진 서울 마천동에서도 민원 들어와 #롯데 "인력 50명 투입해 치우는 중"

2일 오전 7시 30분쯤 출근을 위해 서울 송파동 집을 나선 회사원 조모씨는 새해 첫 출근부터 기분이 확 상했다. 아파트 전체를 덮고 있는 하얀 종이 눈꽃 때문이었다. 종이 눈꽃은 길 위뿐 아니라 아파트 화단에 있는 나무 사이사이, 주차장까지 뒤덮고 있었다. 종이는 아파트 근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날아왔다.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1일 자정 2018년을 맞이며 ‘서울, 2018 새해 카운트다운’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는 불꽃놀이와 레이저쇼, 종이 눈꽃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졌다. 롯데월드타워의 높이(555m)를 상징하는 555초 동안 총 1만 3천여발의 불꽃과 레이저 조명이 서울 하늘을 장식했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타워 위에서 사각형 모양의 하얀 종이 눈꽃을 뿌렸다.

롯데월드타워는 31일 오후 11시 40분부터 1월 1일 0시 10분까지 카운트다운 쇼를 온라인에서 생중계하고 이후 개인 사회관계 서비스망(SNS)에 직접 찍은 불꽃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추첨을 통해 123명에게 새해 경품을 증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후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송파동, 석촌동 등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들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날아온 종이가 아파트 단지 내 도로와 화단, 주차장 곳곳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직선거리로 약 4.3km 떨어진 송파구 마천동에서도 종이 눈꽃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안색주 송파구청 홍보팀장은 "강한 바람으로 송파동, 문정동뿐 아니라 마천동까지도 전화 민원이 다수 있었다. 민원은 롯데월드타워 종합상황실에 연결해 바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아파트 주민들은 새해 첫날부터 종이를 치우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 사이사이로 날아왔다. 이태윤 기자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이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 사이사이로 날아왔다. 이태윤 기자

한 SNS 이용자는 "롯데가 벌인 최악의 신년행사. 고발하기 위해 닫았던 계정을 공개 전환한다. 행사는 자기들이 하고 치우는 건 우리가 하란 말인지"라며 종이 눈꽃이 뿌려진 아파트 사진 등을 올렸다. 송파 1동 한양아파트 사는 조모씨(31)는 "(롯데월드타워에서) 2km 떨어진 우리 아파트가 종이로 뒤덮였다. 물에 녹는 친환경 종이라고 해도 혹한의 날씨에 물을 뿌려서 온 동네를 겨울왕국으로 만들라는 소리인가. 이걸 치워야 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라며 답답해했다.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으로 뒤덮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나무 아래 하얀 종이들이 보인다. [독자 제공]

1일 자정 새해를 맞이해 열린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사용된 종이 눈꽃으로 뒤덮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나무 아래 하얀 종이들이 보인다. [독자 제공]

행사를 주관한 롯데물산은 수습을 위해 2일 오전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이강훈 롯데물산 상무는 "오전 8시부터 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종이 눈꽃을 치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종이는 물에 녹는 친환경 소재로 환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음에 이런 행사를 할 때는 더 철저히 준비해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필 송파구청 관광서비스 팀장은 "석촌호수 주변 송파동, 석촌동 일부가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 겨울철에 물을 뿌려서 청소하기 어려우니 롯데 측과 협의해 빗자루로 쓸 거나 집게로 집어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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