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1억' 사기광고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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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벽에 붙여놓은 아파트 판매 광고전단.

8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N빌딩 10층의 ○○개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느 지역을 원하느냐"며 직원이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그는 "확보해 놓은 물건"이라며 20평짜리 단층주택의 부동산 등기부를 보여줬다. 옆 자리에는 세 명의 고객이 상담 중이고 10여 명의 남자 직원은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하기 바쁘다. 이 업체는 서울역 앞과 주요 간선도로 벽에 '1억원이면 서울 상암동.세곡동의 33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붙여놓았다.

최근 서울 세곡동.상암동.우면동 등의 33평형 아파트를 1억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그 지역의 철거예정 주택을 사도록 부추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시계획사업에 따라 도로나 공원.주차장 등 용지로 편입돼 철거를 앞두고 있는 노후주택을 구입하면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에는 입주권을 매입하면 아파트를 특별분양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100여 통 걸려온다.

그러나 철거예정 지역에 12.01평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국민주택특별공급 규칙에 따라 철거민들에게 33평형 아파트 입주자격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입주하기는 쉽지 않다.

SH공사 측은 "1억~1억2000만원에 철거예정 주택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입주권을 샀다 하더라도 아파트 분양가를 별도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평당 800만~1000만원씩, 대략 3억원을 추가로 내야 입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SH공사가 세곡동.우면동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각각 700가구, 1100여 가구에 불과하며 특별분양 입주경쟁률은 4~5대 1 정도여서 입주권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강남 입주의 꿈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SH공사 문완식 부장은 "철거예정의 주택 거래가 불법이 아니어서 단속대상은 아니다"며 "매입한 노후주택이 도시계획과 무관할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전에 해당 구청 주택과를 방문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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