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5세 준희 갈비뼈 3개 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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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친부에 의해 전북 군산시 야산에 유기된 채 발견된 고준희(5)양의 시신에서 골절이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 원인과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부친은 “심폐소생술 했다” 주장 #경찰, 학대치사 가능성 계속 수사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준희양의 시신 갈비뼈 3개가 골절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12월 29일 군산에서 시신을 수습한 뒤 정확한 사망 경위를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었다.

다만 경찰은 갈비뼈 골절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고양의 친부 고모(36)씨가 딸을 상대로 가슴을 압박해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갈비뼈 골절이 곧 타살 증거라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골절이 언제 이뤄진 것인지를 두루 따져봐야 한다”며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고씨는 현재까지 준희양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딸이 숨져 묻었다”며 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준희양의 사망 원인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고씨가 딸이 실종된 것처럼 거짓 진술을 해온 점, 수시로 진술을 바꾸는 점 등에서 학대치사 가능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실제 고씨는 준희양의 사망 시점과 장소에 대한 진술도 번복했다. 유기 사실을 자백한 뒤 4월 26일 오후 내연녀 이모(35)씨의 어머니 김모(61)씨의 집에서 준희양이 숨졌다고 했다가 다시 “4월 26일 오전 차량에서 숨졌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고씨와 함께 구속된 김씨,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씨를 상대로 준희양의 사망 경위를 집중 캐고 있다.

8개월간 딸의 사망을 숨기기 위해 실종 자작극을 꾸민 고씨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적들도 드러나고 있다. ‘건담 로봇 마니아’로 알려진 고씨는 유기 직후인 지난해 4월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건담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에도 건담 얘기와 함께 웃는 의미의 ‘ㅎㅎ’ ‘ㅋㅋ’ 등 메시지를 등록했다. 고씨는 범행 이틀 뒤 경남 하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내연녀 이씨와 이씨의 친아들, 이씨의 어머니 김씨 등 4명이 동행했다.

전주=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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