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4월 26일 준희에게 무슨 일이…사망 경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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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고준희(5)양의 친부가 29일 새벽 고 양의 시신이 발견된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을 내려오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고준희(5)양의 친부가 29일 새벽 고 양의 시신이 발견된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을 내려오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일어난 ‘고준희(5)양 실종 사건’이 친부 등 가족에 의한 유기 사건으로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병사’를 주장하는 친부 등의 진술과 달리 ‘학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친부, 딸 유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학대 혐의는 부인 #부검 결과 갈비뼈 등 부러진 상태여서 외부힘 작용 가능성 #경찰, 학대치사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 수사

전주 덕진경찰서는 31일 고양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사체유기)로 친부 고모(36)씨와 김모(61ㆍ여)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고씨의 내연녀이자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35)씨의 어머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고씨는 딸 준희양의 사망 시점에 대한 진술을 번복했다.

고준희(5)양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친부 고모(36)씨가 범행 이틀 뒤인 지난 4월 2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고준희(5)양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친부 고모(36)씨가 범행 이틀 뒤인 지난 4월 2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고씨 측은 준희양이 지난 4월 26일 오전 차량에서 숨졌으며 다음날 전북 군산의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딸이 실종됐다”는 주장을 해오다가 지난 28일 오후 유기 사실을 자백한 고씨는 당초 딸의 사망 시점이 4월 26일 오후이며 다음날 새벽 유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망 장소도 김씨의 집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고씨가 4월 26일 오전 숨진 준희양을김씨의 집에 맡긴 뒤 유기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 내연녀 이씨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종된 고준희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고준희양의 시신이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에서 발견돼 경찰 감식반원들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고씨는 현재까지 준희양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유기는 인정하지만, 딸의 사망 원인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그동안 고씨가 딸이 실종된 것처럼 거짓 진술을 해온 점, 수시로 진술을 바꾸는 점 등에서 학대치사 가능성을 크게 보고 수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도 준희양의 시신 갈비뼈가 부러져 있다는 소견을 경찰에 밝혔다. 외부의 힘에 의한 골절과 이에 따른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다. 경찰도 국과수 소견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고준희(5)양이 실종된 지 31일째인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대원, 군부대 등이 아중저수지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에서 고준희(5)양이 실종된 지 31일째인 18일 오전 경찰과 소방대원, 군부대 등이 아중저수지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개월간 딸의 사망 사건을 숨기기 위해 실종 자작극을 꾸민 고씨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적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건담 로봇 마니아’로 알려진 고씨는 유기 직후인 지난 4월 27일 자신의 SNS에 건담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에도 건담 얘기와 함께 웃는 의미의 “ㅎㅎ” 등 메시지를 등록했다. 고씨의 아파트 복도와 내부 진열장에는 건담 모형이 놓여 있었다.

고씨는 범행 이틀 뒤 경남 하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내연녀 이씨와이씨의 친아들, 이씨의 어머니 김씨 등 4명이서다.

고씨는준희양 사건을 유기가 아닌 실종으로 꾸미기 위한 행동들도 꾸준히 했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 동료들에게 딸이 실종된 것처럼 알리고 목격하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고준희 양 시신 유기 피의자들과 야산 수색에 동원된 경찰들 [연합뉴스]

고준희 양 시신 유기 피의자들과 야산 수색에 동원된 경찰들 [연합뉴스]

앞서 고씨는김씨에게준희양을 맡긴 것처럼 보이려고 매달 양육비를 보내는가 하면 장난감을 김씨의 집에 가져다 두기도 했다. 또 이웃들에게 준희양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하거나 생일인 7월 22일에는 미역국까지 끓였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양의 사망 경위를 가리는 것이 남은 수사의 핵심”이라며 “여러 기법을 통해 준희양이 궤적으로 어떻게 숨졌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희양은 화장됐다. 국과수 부검 후 시신을 인계받은 준희양의 친어머니 등 가족들은 지난 30일 화장 후 영결식을 했다.

전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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