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 급속 성장 동북아 금융허브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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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구조조정 충실
자본비율 국내 최고 수준”

"서울은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외환은행 로버트 팰런(사진) 의장은 7일 본지 기자와 만나 론스타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외환은행의 최근 구조조정 경과를 털어놓으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자본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금융 인프라가 확충되고, 인적 자산이 뛰어나기 때문에 동북아의 유망한 금융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능성을 외환은행이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생산현장을 둘러보면서 절감했다고 밝혔다. 팰런은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를 방문해 보니 이들 기업이 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대 닭고기 처리업체인 하림을 탐방하기 위해 전북 익산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며 "한국은 휴대전화와 반도체.철강.자동차뿐만 아니라 농산물과 식품가공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속적인 미국의 달러화 약세 기조 때문에 환율 안정 없이는 수출 호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팰런은 "달러화 약세 체제에서 이익을 보는 쪽은 미국 달러화와 연동된 중국뿐"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끌어들여 달러화에 대해 동시에 가치를 높이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체제에선 한.중.일 3개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미국의 국채 매입에 쓰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한국이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은 관련 국가와 공조해 환율을 조정하는 길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팰런은 외환은행의 경쟁력에 대해선 "자본 구조를 충실화한 결과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국내 최고 수준인 13.6%에 이르렀다"며 "40여 년의 전통이 있는 기업금융과 외환 부문에서는 국내 최강의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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