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TV속의 삶 이야기] 北, ‘바이오 디젤유 개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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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석유제품에 대한 대북 제재가 강화되자 자구책으로 바이오디젤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과학교육의 해를 빛낸 자랑찬 성과’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연구 집단이 버스·트랙터·화물자동차를 비롯한 디젤 엔진을 이용하는 윤전 기계들의 연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디젤유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새로운 디젤유 개발 #아마 기름을 활용해 디젤유 못지않는 효과 #“원수들의 제재와 압살책동에 파열구”로 선전 #김정일, 2010년 바이오 디젤유 개발 지시 #아마 기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 #국제적 고립 속에 대체에너지로는 한계 #

조선중앙TV는 “생물디젤유는 생육 기간 90∼100일, 기름 함량 35∼40%, 수확량이 정보당 1∼1.5t이 되는 비식용 식물인 아마 기름으로 만든다”고 소개하며 “연구 집단이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합성반응에 적합한 촉매들과 반응원료들의 배합비율·반응시간 등 효율적인 합성 조건을 우리식으로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생물디젤유를 가지고 트랙터에 시험 도입해 본 결과 디젤유 못지않게 성능을 충분히 발휘했다”며 “공업적 방법으로 효능 높은 생물디젤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과학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집단이 디젤기관을 이용하는 윤전기계들의 연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디젤유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집단이 디젤기관을 이용하는 윤전기계들의 연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디젤유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우리식의 생물디젤유 개발은 원쑤(원수)들의 비열한 제재와 압살 책동에 파열구를 낸 자랑찬 성과”라며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원들처럼 자강력 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갈 것”을 강조했다.

북한이 개발한 생물디젤유는 한국의 바이오디젤과 다르지 않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는 북한이 “연료의 주체화를 실현하는 것은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보장하는 데서 중핵적인 문제”라며 대체연료 개발에 주력했다.

박영기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는 ’생물디젤유를 가지고 트랙터에 시험 도입해본 결과 디젤유 못지않게 성능을 충분히 발휘했다“며 ’공업적 방법으로 생물디젤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과학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박영기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는 ’생물디젤유를 가지고 트랙터에 시험 도입해본 결과 디젤유 못지않게 성능을 충분히 발휘했다“며 ’공업적 방법으로 생물디젤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과학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부 출신 탈북민 김모씨는 “2010년 4월 바이오디젤을 개발하라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김일성종합대학이 연구집단을 만들었다”며 “그 연구집단은 ‘교시집행대장(臺帳)’에 근거해 ‘말씀 관철 총화’를 엄격히 진행했다”고 전했다. ‘교시집행대장’이란 해당 당조직에 하달되는 김정일의 교시를 기록하고 매 분기, 매 해마다 그 집행과정·결과를 보고하는 문서이다. 당조직은 ‘교시집행대장’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 한해 생활총화에서 문책한다.

김씨는 “2013년께 생물디젤유 연구가 중간시험공정을 거쳐 초보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화물자동차의 성능약화·비싼 생산원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1월 과학영화 ‘생물디젤유’를 방영하며 대체연료개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북한은 최근 원유부족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생물디젤유뿐 아니라 메탄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메탄가스화와 에너지 재생에도 낯을 돌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2일 강원도 지역 축산지구인 세포지구에 가축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주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림집이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세포지구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의 부엌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월 2일 강원도 지역 축산지구인 세포지구에 가축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주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림집이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세포지구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의 부엌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7년 제63권 9호에는 ‘도시 고체 폐기물에 의한 에네르기 재생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실렸다. 논문은 수지(플라스틱)·종이와 같은 폐기물의 열분해 처리공정 측정·발열량지표평가 등을 서술하며 폐기물을 재활용해 에너지로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또한 노동신문은 지난 8월 “못쓰게 된 다이야(타이어)·플라스틱 폐기물로 디젤유를 생산하는 함경남도 금야군·평안남도 문덕군 협동농장”을 소개하며 “하루에 평균 100∼150kg의 원유를 자체로 생산해 트랙터 등 농기계를 가동시킨다”고 선전했다.

북한 경제 부분 중앙기관에서 근무한 고위 탈북민 박모씨는 “북한이 대북제재 국면을 돌파하며 대외적으로 ‘제재무용론’을 선전하기 위해 ‘생물디젤유’ 개발을 주장하지만, 식량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디젤유를 생산할 정도의 아마 기름을 정상적으로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유엔제재 때문에 원유를 대량 사기도 어렵고 외화를 아끼기 위해 대체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제적 고립 속에서 대체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해 정유제품 공급량을 사실상 바닥으로 줄이고 원유공급 상한선 연간 400만 배럴로 명시하는 등 대북유류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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