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락사고 ‘화유기’ 촬영장에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천장 설치 작업 중단 명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 2회 방송 만에 위기를 맞은 주말드라마 ‘화유기’ 포스터. [사진 tvN 캡처]

단 2회 방송 만에 위기를 맞은 주말드라마 ‘화유기’ 포스터. [사진 tvN 캡처]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가 제작중단 위기에 빠졌다. 28일 고용노동부는 경기 안성 ‘화유기’ 촬영 현장에 나와 세트장의 안전과 또 다른 산재 위험은 없는지 조사했다. 지난 24일 제작 지연으로 방송사고가 난 데 이어 촬영장에서 스태프 추락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지적하는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후 2시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화유기’의 촬영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했다”며 “점검 후 천장 설치 작업에 한해 작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스태프가 천장에 전구를 달러 올라갔다가 천장이 무너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파악돼 해당 작업에 대해서만 중지 명령을 한 것”이라며 “세트장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된 상황이라 드라마 제작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23일 ‘화유기’ 세트장에서는 드라마 제작사인 제이에스(JS)픽쳐스의 소도구 제작 용역업체 MBC아트 소속의 한 스태프가 3m 이상 높이에서 조명을 설치하다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화유기’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전날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 사망하고 나서 CJ E&M이 방송 제작 인력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또 났다”며 “‘화유기’ 스태프도 야간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됐고, 계약에도 없는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다친 스태프의 친형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동생이 사고를 당할 당시 안전장치가 없었다”고 제작사를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역시 입장을 내고 “제이에스픽쳐스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천장에 부실목재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tvN이 ‘화유기’ 연출진을 보강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제작중단을 포함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tvN과 제이에스픽쳐스는 tvN이 지난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PD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힌 이후로는 더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화유기’는 군대에서 전역한 이승기의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사진 tvN 캡처]

‘화유기’는 군대에서 전역한 이승기의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사진 tvN 캡처]

◆기대작에서 문제작으로 전락한 ‘화유기’=지난 23일 첫 방송된 ‘화유기’는 군대에서 전역한 이승기의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쾌걸춘향’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 히트작을 써온 홍정은ㆍ홍미란 작가와 ‘뉴하트’ ‘선덕여왕’ ‘최고의 사랑’을 연출한 박홍균 PD의 재회로 올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첫방송 시청률도 좋은 편이었다. 평균 5.3%, 최고 6.3%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해 같은 시간대 1위에 올랐다.(닐슨코리아 기준)  ‘화유기’의 첫 방송 2049 타깃 시청률은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24일 방송된 ‘화유기’ 2회는 방송중단이라는 초유의 방송 사고를 냈다. CG(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화면이 여과 없이 전파됐고, ‘화유기’는 급하게 중간광고와 tvN 자사 프로그램 예고편을 내보냈다.

‘화유기’ 2회에는 CG(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화면이 여과 없이 나왔다. 액션 화면에 와이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 tvN 캡처]

‘화유기’ 2회에는 CG(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화면이 여과 없이 나왔다. 액션 화면에 와이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 tvN 캡처]

이후 스태프 추락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오전 1시쯤 경기 용인시 드라마 세트장에서 스태프 A씨가 천장에 샹들리에를 매달다가 3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MBC의 자회사인 MBC아트 미술팀 소속으로, ‘화유기’ 제작사인 제이에스픽쳐스로 용역을 나온 현장팀장이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유기’는 같은 날 첫 방송을 강행했다. CJ E&M 측은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고 직후부터 제작 책임자가 스태프 분의 응급실 이동과 초기 진료 과정까지 함께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상호 연락을 취해왔다”면서 “조심스럽게 경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이번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