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상대 집단소송 '도미노식'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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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아이폰의 성능조작 파문에 실망한 사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도미노’ 집단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사용자는 ‘사기’라며 분개했다.

성능조작 파문에 실망한 사용자들 가세 #한국서도 이미 20명 모집해 1월초 제소 #전날 하루동안 시가총액 24조원 날아가

 2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까지 4건에 불과하던 미국내 집단소송이 9건으로 늘어났다.

애플 아이폰X.

애플 아이폰X.

LA 지역에서만 3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새로 나온 아이폰X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명백한 ‘사기극’을 벌였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을 은폐하면서 사용자가 운영체제인 iOS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25일 이스라엘에서 소송이 제기된데 이어 한국에서도 한 법무법인이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년 1월 제기할 계획이다. 현재 소송에 참여할 인원 20여명을 모집했으며, 1인당 50만∼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또 다른 법무법인도 온라인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집중이다.

애플은 지난 20일 “아이폰6ㆍ6SㆍSE의 배터리 기능이 저하되면 갑작스럽게 전원이 차단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구동 속도를 느리게 하는 기능이 iOS 업그레이드에 도입됐다”고 해명했는데, 오히려 이게 도화선이 됐다. 이후로 집단소송에서 나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대꾸하지 않고 있다.

구형 아이폰에서 아이폰X로 갈아탄 사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15년 3월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처음 공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구형 아이폰에서 아이폰X로 갈아탄 사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15년 3월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처음 공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리노이주에서 집단소송을 대표하고 있는 커크 페덜티는 성능저하 현상이 보인뒤 애플 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애플의 고객지원 센터에서 성능개선을 위해 배터리 교환을 제안한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면서 “결국 아이폰7에서 아이폰8으로 갈아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카고 집단소송을 대표하는 제임스 블라키스 변호사는 “아이폰 한 대 가격이 결코 싸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배터리 리콜을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 좀더 정직했더라면 성능저하 없이 아이폰의 수명을 늘리는데 주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운영체제인 iOS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배터리 자체를 교환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아이폰8플러스, 아이폰X, 아이폰8.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은 운영체제인 iOS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배터리 자체를 교환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아이폰8플러스, 아이폰X, 아이폰8. [로이터=연합뉴스]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6일 하루동안 뉴욕증시에서 2.54% 폭락하면서 170.57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8985억5500만 달러에서 8757억5900만 달러로 내려앉아 하루 만에 227억9600만 달러(24조5000억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다음날인 27일에도 169.7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장 후반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날보다 0.02% 오른 170.6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가장 매출이 많이 오르는 연말에 ‘꿈의 시총’으로 기대했던 ‘1조 달러’ 달성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코노믹데일리뉴스가 애플이 1분기 아이폰X 생산목표를 원래 계획했던 5000만대에서 3000만대로 줄였다고 보도하면서 애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아이폰 렌즈 모듈을 만드는 대만의 지니어스일렉트로닉옵티컬은 이번 주 들어 11% 폭락했고, 페가트론은 3% 떨어졌다.

애플은 노심초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성에 흠집이 났을 뿐 아니라 고가의 아이폰X데 대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애플이 내년에는 가격부담을 줄인 아이폰X의 저가형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 치명상을 입은 도덕성을 복구하지 않으면 부활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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