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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유족들 “화재 신고 28분 전에 이미 불났다” 주장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체육관에 마련된 스포츠센터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유족 대표 윤창희(54)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충북 제천시 체육관에 마련된 스포츠센터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유족 대표 윤창희(54)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천 화재 참사 유족들이 지난 21일 화재신고 28분 전에 이미 불이 발생했는데도 건물관계자들이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 119에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3시53분이다.

유족 "오후 3시25분 1층서 불끈 뒤 돌아갔다는 주민 증언받아" #건물 관계자가 자체 진압하려다 피해 키웠다며 수사 촉구해

유족대책본부는 27일 “지난 21일 오후 3시25분쯤 건물에서 목욕하고 나온 동네 주민 A씨가 ‘당시 1층 주차장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 확인해 보니 이미 불이 나고 연기도 발생했다’고 증언했다”며 “A씨가 소화기를 찾아 진화하려 했지만, 소화기가 비어있어 1차 진화는 실패했고, 이후 건물관계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소화기를 사용해 함께 불을 껐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A씨가 불을 끈 시간은 오후 3시25분 직후로 추정되고, A씨는 이후 자신의 차량을 몰고 건물을 떠났다”며 “하지만 이때까지 건물 관계자들이 119에 화재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증언은 희생자 빈소를 찾았던 목격자 A씨가 유족들에게 화재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한 유족이 다시 이 목격자에게 연락해 그 내용을 재차 확인한 뒤 녹음까지 했다고 대책본부는 전했다.

충북 제천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실내체육관 앞에 붙은 메모. 최종권 기자

충북 제천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실내체육관 앞에 붙은 메모. 최종권 기자

천장에서 연기가 난 시간을 목격자가 어떻게 기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대책본부는 “목격자가 목욕을 마친 뒤 건물을 나가기 직전 시계를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3시25분과 3시53분 사이에는 약 30분이라는 상당한 시간 차이가 있다”며 "만약 연기를 보고 건물관계자 누구라도 화재 신고를 했더라면 2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격자 및 상가 주민 진술, 본 건물과 주변 상가 CCTV 등을 통해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당국도 화재 신고 이전에 이미 발화 지점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훈소(불길 없이 연기 형태로 타는 현상)’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어 “소방대가 화재 초기 비상구를 통한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고 인명구조대원이 늦게 도착하면서 사망자가 늘어난 만큼 수사본부는 이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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