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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탈출용 유리창’ 있는데…제천 건물 2㎏ 도끼로도 못깨

중앙일보

입력

제천 화재 참사에서 2층 강화유리를 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국내의 미비한 법 제도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천소방서 구조대원이 26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2~3층의 통유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천소방서 구조대원이 26일 화재 참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2~3층의 통유리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가 집중됐던 2층 여성 사우나의 통유리창에서 일본처럼 ‘탈출용 유리창’을 지정해놨다면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하거나 희생자들이 자력으로 유리창을 깨고 나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은 2층 이상 건물 유리창에 붉은색 역삼각형을 표시해 ‘탈출용 유리창’을 지정하게 돼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은 작은 건물에도 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유리창을 지정한다”면서 “빨간 역삼각형이 표시된 ‘탈출용 유리창’은 강화유리가 아닌 잘 깨지는 유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일부 대형 건물에서는 긴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는 유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형 상가 건물은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통유리를 사용한 건물에 대한 안전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의 유리창은 두께 22㎜의 이중 강화유리다. 강도가 일반 유리의 5배 정도인 강화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구조다. 전날 제천소방서 구조대원들은 해당 건물 2~3층의 통유리 제거 작업을 하면서 무게 2㎏짜리 구조용 만능도끼로 창틀에 남은 유리창을 수차례 후려쳤지만, 금이 갈 뿐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날 작업한 구조대원 A(37)씨는 “도끼로 힘차게 7∼8번은 때려야 겨우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라면서 “2중 강화유리인 데다 필름 코팅까지 돼 있어 성인 남성이라 하더라도 장비 없이 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참사에서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차량 탓에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외국은 소방차가 구조를 위해 불법주차 차량을 훼손하더라도 차주는 보상받기는커녕 벌금까지 물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이 없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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