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양성평등을 다시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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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욱이 급속하게 밀어닥치는 세계화.고령화의 흐름은 한국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여성의 갈등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의 둔화, 여성 비정규직 증가, 이혼 증가, 결혼 지연, 저출산 등은 한국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을 말해 주는 예다. 저출산은 여성정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평등이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단적인 예다.

이제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법적.제도적 변화가 실질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가다듬고, 형식적 평등이 실질적 평등으로 일상생활에 뿌리내리게끔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역동적 균형에 기반한 젠더(Gender)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고자 한다. 역동적 균형이란 역동과 균형이라는 얼핏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두 차원을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내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남녀관계에 적용해 균형을 잡는다는 말은 다음을 포함한다. 남녀 간 공사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던 성별 분업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남성이 주로 해온 일에 여성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기준이 되고 남성이 대표가 되고 남성이 권력을 가지고 있던 것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여성의 참여가 늘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관점에서 평등을 생각해야 하고 주류의 전환이 일어나야 하며 여성 중심으로 사회의 재편이 일어나야 한다. 현재 일 중심으로 사회가 조직돼 있으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이를 남녀가 공유해야 하는 쪽으로 사회가 재편되고 젠더 재구조화가 일어나야 한다.

남녀 간 균형에 치중해 여성의 생산노동 참여가 모든 여성을 포괄하는 쪽으로 확대된다면 사회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성의 노동 참여 증가는 특히 생산인구가 부족해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발전과 성장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이 노동에 참여함으로써 남성도 경제적으로 한결 여유로워질 뿐 아니라 이제까지 일하느라 모르고 살았던 가족관계의 친밀성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일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돌봄의 일도 공유하자는 것이다. 역동적 균형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균형과 평등을 이룸으로써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이것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역동적 균형에서 본 양성평등은 남녀 간 균형을 취하도록 젠더 재구조화를 하면서 사회 전체가 발전해가는 것 즉 모두 윈윈(win win)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질적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와 함께 의식과 역할의 변화가 중요하다. 의식과 역할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의식과 역할을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남성의 변화는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