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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단계 줄여 농가소득 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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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충남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표고버섯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서 올해로 35년째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유선면(61)씨의 소득은 지난해 15% 정도 증가했다. 유씨는 지난해 표고버섯 8t 가량을 생산해 8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연간 1200만원가량 많아진 것이다. 대치·운곡면 일대 150여 표고버섯 재배 농가도 비슷하다.

충남도 ‘3농’ 혁신정책 성과 주목 #지역별 공동선별 조직 70개 육성 #생산~판매 6단계를 4단계로 단축 #공동 상표 만들고 직거래도 개척 #통합유통 참여로 소득 20% 늘어

이 일대 표고버섯 농가의 소득이 높아진 데는 유통구조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농민들은 종전까지 표고버섯을 직접 포장해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팔거나 농산물 수집상에게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곳 농민들은 표고버섯을 생산해 청양농협 산지유통센터에 넘긴다. 산지유통센터에서는 표고버섯을 모아 비슷한 등급의 상품끼리 선별해 포장한다. 표고버섯은 주로 대형 할인매장에 납품한다.

이렇게 하면 농민·수집상·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매·소비자 등 6단계이던 유통구조가 농민·농협유통센터·소매·소비자 등 4단계로 축소된다. 유씨는 “농민들이 직접 해오던 농산물 포장과 납품을 농협이 대신해 주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단순해져 비용이 적게 들고, 덕분에 제값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도 농산물 유통혁신 어떻게

충남도 농산물 유통혁신 어떻게

충남도의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정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농협이 농산물을 수집해 출하하는 이른바 ‘산지 조직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로컬푸드 활성화와 학교급식 지역농산물 공급 확대 등을 해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개별농가 출하 비중(84%)이 높아 농산물 수급조절이 어렵고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일이 되풀이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2013년 7월 농산물유통과를 신설하고 ‘충남도 농산물 통합마케팅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또 농업인과 농협 직원 등을 상대로 공동선별과 공동출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농민과 농협관계자를 모아 지금까지 지역별로 간담회를 32차례 열었다.

충남도 농산물유통과 서은숙(44) 주무관은 “농민들은 공동 출하를 하면 농협이 수수수료만 떼가고 농산물은 제값도 받지 못하지 않느냐는 불신이 컸고, 농협은 굳이 새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냐며 시큰둥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농민 공동선별 조직 70개를 육성했다. 공동선별조직은 지역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을 중심으로 꾸렸다. 도는 이곳에 포장재와 소포장 기계 등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농산물 공동 브랜드인 ‘충남오감’을 만들었다. ‘신선함·맛·향·촉감·시각 등 소비자의 오감을 사로잡자는 의미에서 ‘충남오감’으로 정했다. 2014년 1월부터 깻잎·고구마 등 20여 가지 농산물을 이 브랜드로 팔았다. 충남도는 거래처로 대형 할인매장을 개척했다. 2015년 이후 이마트, 홈플러스와 GS리테일 등에 충남농산물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통합유통으로 출하되는 충남 농산물 비중은 2003년 2.4%에서 올해 13%로 뛰었다.

유통구조 개선은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서은숙 주무관은 “통합 유통에 참여한 농가는 적어도 종전보다 10%에서 20%까지 소득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깻잎 주산지인 금산 만인산농협의 경우 공동선별 조직에 참여한 농민이 2014년 75개 농가에서 올해 158 개 농가로 2배 증가했다. 이들 농가의 매출액은 2014년 51억5000만원에서 올해 1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도내 직매장은 2013년 5곳에서 올해 12개 시·군 37곳으로 늘었다. 로컬푸드 매장 매출액은 2013년 8억 7700만원에서 지난해 326억 4400만원으로 뛰었다. 안희정 지사는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은 3농(농어업·농어촌·농어민) 혁신의 하나”라고 말했다.

홍성=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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