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혹만 더 키운 청와대의 ‘임 실장 의혹’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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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가 어제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놓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에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게 임 실장의 방문 목적”이라며 “UAE 원전은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정치 쟁점으로 번진 상황이다. 변명과 반박이 되풀이되면서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임 실장의 방문 목적을 여러 차례 바꿔 설명했다. 레바논 주둔 장병 격려, UAE와 정보 교류, UAE 왕세제의 긴급 요청,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양국 관계 회복 등이었다. 그러다 이번엔 양국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옹색하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 해명이다. 우리와 UAE 관계의 핵심 고리인 원전을 빼고 어떤 우호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건지 의문이다.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아니다’만 반복한다고 해서 의혹이 해소되진 않는다. 구체적 사실을 뭉개면 미스터리는 ‘게이트’로 확산될 뿐이다. 이런 추세라면 청와대가 투명해지기는커녕 의혹의 진앙이 될 수밖에 없다. ‘목적과 일정이 분명하다’면 그대로 밝혀야 문제가 해결된다. ‘정치권에 비공개로 설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수석은 “국익 차원에서 진지하게 대화해 보자면 못할 게 없다”고 했다. 지금 국민과 야당이 원하는 게 바로 그 진지한 설명이다.

어차피 뭉갠다고 뭉개질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계속 우물쭈물하니 ‘도대체 내용이 뭐길래’ 하는 쪽으로 의문이 의문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는 게 의혹의 확대 재생산을 막는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임 실장이 전후 사정을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