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옥중 조사 무산 … 면담 응했지만 진술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사용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조사가 무산됐다고 26일 밝혔다.

양석조 특수3부장 등 구치소 방문 #박 전 대통령 건강 이유로 거부 #검찰 “추가 방문 조사는 없을 것” #특활비 등 연내 추가 기소할 듯

검찰 관계자는 이날 “서울구치소 조사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해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에 대한 증거를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석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 검사 2명과 수사관 2명은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조사를 준비했다. 특수3부는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보수단체 지원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수사 관계자들이 도착한 직후 구치소에 마련된 별도 조사실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양 부장 등은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하고 일부 혐의 등에 관해 물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불응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고,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라 추가 방문 조사를 시도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건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 중이지만 특활비 의혹 등과 관련해선 구속영장이 따로 발부된 상태가 아니다. 현재로선 이 혐의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조사할 권한은 없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에 대한 기소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5일 “적폐 관련 중요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국정 농단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조사를 받은 뒤 4월 구속 상태에서 다섯 차례(4, 6, 8, 10, 12일) 구치소 방문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 등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16일 재판에서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후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엔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하자 건강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한 뒤 국선 변호인단과도 별도로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집권 이후 직접 지시를 통해 국정원 측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약 14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병호(77) 전 국정원장은 지난 11월 16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활비 일부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만(51)·안봉근(51) 전 청와대 비서관도 재판 첫날 “(특활비 전달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지원한 의혹과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보고서 조작 관여 의혹 등도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세월호 상황 보고서 조작 의혹은 특수1부(부장 신자용)가 수사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