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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입 공정성 뒤흔든 가짜 장애인 부정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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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진 수능’을 치른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대입 부정 사례가 적발됐다. 멀쩡한 4명이 가짜 장애인증명서로 대입 장애인 특별전형에 합격한 것이다. 비록 4~5년 전 일이지만, 대입의 공정성·객관성·신뢰성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교육부와 경찰에 따르면 2013, 2014학년도 대입 장애인·특수교육자 특별전형에서 서류를 위조한 4명이 고려대와 서울시립대에 합격했다. 눈이 나쁘지 않은데도 시각장애인 6급 허위증명서를 내고 무사 통과했다. 서류는 서울 대치동의 브로커가 거액을 받고 조작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장애인증명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오려 붙이고 홀로그램까지 넣어 인쇄했다. 그런데도 대학은 대충 서류를 보고 별도 검증을 하지 않았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교육부는 뒤늦게 전국 대학의 최근 5년간 장애인 전형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장애인 특별전형은 수시 82개 대학 1402명, 정시 52개 대학 196명 규모다. 부정 사례가 더 나올 경우 대입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신뢰도가 도마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성폭행범이 ‘봉사왕’으로 둔갑해 성균관대에 입학했다 덜미를 잡혔고, 2012년에는 농어촌 특별전형 무더기 부정입학, 2016년에는 학생부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엔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입학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지 않았는가.

대입이 한창인 요즘 수험생과 학부모는 피가 마른다. 전체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의 76%를 뽑는 수시에 대한 공정성 요구가 거세다. “낙방 이유를 모르겠다”며 울부짖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이런 불신을 씻으려면 대학이 입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수험생이 원하면 학생부종합전형과 면접·실기 점수, 순위까지 알려줘야 한다. 언제까지 대입 자율을 앞세워 꽁꽁 숨길 셈인가. 대학이 공정성 책무를 망각한다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