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발달장애인 기사, 사회성 키우고 안정적 수입도
성탄절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형 공단 건물. 건물 내 1층 집하장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택배 화물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짐을 내리는 이들은 서울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이하 노원 일자리센터) 소속 발달장애인이다. 단순히 짐을 내리는 게 아니라 상자마다 붙은 운송장을 확인하면서 주소별로 상자들을 분류해 쌓고 있었다. 450여 개의 상자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가량. 짐을 내린 다음엔 운송장 정리가 시작됐다. 주소를 확인해 어느 집부터 배달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먼저 배달할 물건은 카트 위편에, 나중에 배달할 물건은 아래쪽에 쌓는 식이다. 이런 과정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이들에게 택배 물량을 공급하는 민태완(45) CJ대한통운 서노원집배점장은 “가끔씩 장애인이란 걸 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며 “식료품이나 음료 등 무거운 짐들을 옮길 땐 다소 버거워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하루 평균 20개가량 물품 배달 #“고객에게 선물 주는 일 즐거워”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꾸준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 노원 일자리센터에만 23명의 장애인 택배기사가 근무 중이다. 센터 소속 70명의 장애인 근로자 중 택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이들이 이 일을 한다. 택배 일을 하기 전에는 봉투 만들기나 빨래 등 비교적 단순한 일을 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택배업은 인기 있는 일이다. 우선 급여가 다른 일보다 50%가량 더 많다. 노원 일자리센터 소속 장애인 택배기사들은 한 달에 최소 35만원 이상을 가져간다. 허은정(27·여)씨를 비롯해 숙련도가 높은 이는 현재 70만~9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내년에는 월 수입이 100만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발달장애인들은 꾸준히 외부로 다니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20개가량의 물품을 배달한다. 배달에는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노원구 중계동 목화·목련아파트 단지(5000여 가구)가 이들이 맡고 있는 구역이다. 허은정씨는 하루 60~80개가량을 처리한다. 일반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250개 정도를 배달한다. 이재환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 시설장은 “몸에 무리가 되지 않고 오후 5시 이전에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며 “일을 많이 하는 것 못지않게 안전이나 건강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이나 비가 올 땐 이재환 시설장을 비롯해 비장애인 직원들이 수시로 이들을 돕는다.
택배일을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 우선 비장애인과의 접촉이 늘면서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택배 배달이라는 물리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긴 덕에 미래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게 됐다.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인 허은정씨는 스스로가 산타 클로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허씨는 “택배 배달은 고객에게 선물을 주는 일이라 힘들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며 “돈을 더 모아 결혼도 하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