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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산타’가 여러분 댁 찾아갑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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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01면

노원 발달장애인 기사, 사회성 키우고 안정적 수입도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택배상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에선 23명의 발달장애인이 택배기사로 활약 중이다. 강정현 기자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택배상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에선 23명의 발달장애인이 택배기사로 활약 중이다. 강정현 기자

성탄절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형 공단 건물. 건물 내 1층 집하장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택배 화물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짐을 내리는 이들은 서울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이하 노원 일자리센터) 소속 발달장애인이다. 단순히 짐을 내리는 게 아니라 상자마다 붙은 운송장을 확인하면서 주소별로 상자들을 분류해 쌓고 있었다. 450여 개의 상자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가량. 짐을 내린 다음엔 운송장 정리가 시작됐다. 주소를 확인해 어느 집부터 배달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먼저 배달할 물건은 카트 위편에, 나중에 배달할 물건은 아래쪽에 쌓는 식이다. 이런 과정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이들에게 택배 물량을 공급하는 민태완(45) CJ대한통운 서노원집배점장은 “가끔씩 장애인이란 걸 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며 “식료품이나 음료 등 무거운 짐들을 옮길 땐 다소 버거워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하루 평균 20개가량 물품 배달 #“고객에게 선물 주는 일 즐거워”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꾸준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 노원 일자리센터에만 23명의 장애인 택배기사가 근무 중이다. 센터 소속 70명의 장애인 근로자 중 택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이들이 이 일을 한다. 택배 일을 하기 전에는 봉투 만들기나 빨래 등 비교적 단순한 일을 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택배업은 인기 있는 일이다. 우선 급여가 다른 일보다 50%가량 더 많다. 노원 일자리센터 소속 장애인 택배기사들은 한 달에 최소 35만원 이상을 가져간다. 허은정(27·여)씨를 비롯해 숙련도가 높은 이는 현재 70만~9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내년에는 월 수입이 100만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발달장애인들은 꾸준히 외부로 다니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20개가량의 물품을 배달한다. 배달에는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노원구 중계동 목화·목련아파트 단지(5000여 가구)가 이들이 맡고 있는 구역이다. 허은정씨는 하루 60~80개가량을 처리한다. 일반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250개 정도를 배달한다. 이재환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 시설장은 “몸에 무리가 되지 않고 오후 5시 이전에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며 “일을 많이 하는 것 못지않게 안전이나 건강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이나 비가 올 땐 이재환 시설장을 비롯해 비장애인 직원들이 수시로 이들을 돕는다.

택배일을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 우선 비장애인과의 접촉이 늘면서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택배 배달이라는 물리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긴 덕에 미래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게 됐다.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인 허은정씨는 스스로가 산타 클로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허씨는 “택배 배달은 고객에게 선물을 주는 일이라 힘들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며 “돈을 더 모아 결혼도 하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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