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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부정 배후에 ‘대치동 브로커’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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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01면

경찰, 고려대·서울시립대 장애인전형 4명 조사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2일부터 대학입시 장애인(특수교육자)특별전형에서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고려대 경영학과 J씨(휴학 중·22),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K씨(휴학 중·23), 경영학과 재학생 L씨(22), 도시행정학과 K씨(자퇴·22) 등 4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2013, 201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장애인특별전형 또는 특수교육자 특별전형에서 위조된 시각장애인 6급(양쪽 눈 중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 증명서를 대학에 제출하고 합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 농어촌특별전형 부정, 2016년 정유라 입학 부정 등의 사례가 있었으나 이는 주소지 위장전입이나 외부 압력 등에 의한 사례다. 장애인증명서 같은 공문서를 조작해 합격하는 범죄행위는 형법상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례적이다.

강남 학원가서 활동한 30대 #수천만원 받고 증명서 위조 혐의 #교육부 5년간 전국 대입 조사 #부정입학 학생 더 늘어날 수도

고려대와 서울시립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학생은 애초부터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거나 전형 이후 장애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학은 정원외 특별전형인 장애인특별전형에서 증명서를 제출한 장애인 학생에 대해 수능성적,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면접 등을 반영해 학생을 선발했다. 이들 4명이 최종적으로 부정입학으로 확인될 경우 이들로 인해 정작 합격해야 할 장애인 학생들이 고배를 마신 셈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 4명은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역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위조 공문서엔 강남구청장·광진구청장 등의 직인이 찍혀 있어 외관상 진본과 구분이 쉽지 않다. 서울시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증명서는 전국 읍·면·동 어디에서든 뗄 수 있다.

이들이 제출한 위조 서류는 모두 동일인의 손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장애인증명서에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오려붙이고 홀로그램까지 넣어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SUNDAY가 취재한 복수의 사교육업체 관계자들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활동한 입시브로커 Y씨(30)가 서류 위조에 관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건당 수천만원의 수고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입시브로커 Y씨의 신병을 확보해 부정입학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Y씨가 관여된 부정입학 학생은 4명에 불과하나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교육부가 2013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5년간 대입 장애인특별전형에 제출된 서류의 위조 여부를 전면 조사하라고 대학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최은옥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이번 사안은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입시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부정 사례로 보고 뿌리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들 두 대학에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에 대해 입학 취소 조치하고 사법기관에 고발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각 대학이 해당 학생을 상대로 청문 절차를 거치고, 정작 고소하는 데까지 시간이 열흘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교육부가 직접 경찰청에 해당 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고발 조치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 학생은 수능시험에서도 장애인 혜택을 받아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장애 6급 학생은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면 비장애인에 비해 시험 시간이 1.5배 더 연장되는 혜택을 받는다. 국어의 경우 시험시간이 80분인데 중증 장애인과 일부 시각장애인 6급은 120분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수능 시험은 교육부가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 업무여서 여기에서 부정 사례가 적발됐다면 교육부가 직접 나설 수 있다. 교육부 임창빈 대변인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이 수능에서도 혜택을 받았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16년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부를 조작한 송모(28)씨는 2011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약시 진단서를 발급받아 과목당 1.5배씩 시험시간을 늘려 받아 시험을 쳤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학생의 시험 종료 직후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정답표를 보고 답안지를 고치기도 했다.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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