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 회원 대피시킨 후 탈출하느라 가장 많이 다친 관장

중앙일보

입력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 사고현장에서 22일 밤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 사고현장에서 22일 밤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헬스클럽 회원의 피해가 유독 적었던 것은 관장 이호영(42)씨 덕분이라고 생존자들이 입을 모았다.

이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 약 15분 정도 지난 21일 오후 4시 5분쯤 창문 밖에서 올라오는 까만 연기를 보고 불이 난 것을 알았다.

그는  바로 “불이 났다”고 큰소리로 외친 후 4층과 5층 헬스클럽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회원들에게 비상구를 알렸다. 그런데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이씨는 러닝머신 기계의 전원을 꺼버렸다고 한다.

회원 대부분은 이씨의 빠른 안내 덕에 2층과 1층 사이 계단 옆 유리창을 통해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20여 명의 회원을 헬스클럽에서 대피시킨 후 혹시 몰라 남녀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까지 샅샅이 뒤지느라 정작 이씨는 비상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없었다. 이미 그곳은 유독가스로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건물주 이모씨와 함께 8층 레스토랑 베란다 난간에서 1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리던 그들은 사설 사다리차 업체 ‘제천스카이카고’ 이양섭(54) 대표와 아들 기현(28)씨 덕분에 내려올 수 있었다.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병원에 입원 중인 이씨는 “내려오면서 유리 벽에 막혀 뛰어내리지 못하고 갇혀 있는 사람들을 봤다”며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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