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전방위 칼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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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가격 담합, 부당 하도급 거래 등 기업의 경쟁 제한적인 행위에 대해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텔, 외국 항공사 등 외국기업은 물론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6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5개 완성차 업체가 최근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를 인하하자 공정위는 이들에 대한 불법 하도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 대해선 대리점협회가 신고한 불공정거래 여부도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에서 D램 반도체 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데 이어 공정위의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해 미국에서의 담합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제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다"며 "삼성전자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10여 개 대형 건설업체에 대해 가격 담합 조사가 실시됐으며, 롯데백화점을 포함한 유통 업체의 불공정 행위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밖에도 ▶국민.우리.신한.한국씨티은행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거래상 지위 남용 ▶국내외 항공사의 화물운임 담합 ▶이동통신사들의 부가서비스 가격 담합 등도 조사 중이다.

앞으로 예정된 조사도 많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금융보험사들이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행사하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 독과점 지위 남용 혐의가 많은 3~4개 업종과 법 위반 가능성이 큰 10개 공기업,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중 신고사건이 많거나 가격이 국제수준에 비해 높은 2~3개 업종에 대해 직권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 등이 만든 한국영화산업합리화 추진위원회가 국내 3대 복합상영관과 서울시극장협회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할 예정이어서 대형 극장에 대한 조사도 곧 시작된다.

이처럼 조사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직권조사 사건은 2003년 2383건에서 지난해 2925건으로 3년 만에 22.7% 늘어났다. 반면 신고사건은 2003년 1447건, 2004년 1404건, 지난해 1406건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신고사건 조사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사무소로 이관되면서 본청의 직권조사 여력은 더 늘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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