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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부산 보수동 헌책방거리 공공자산으로 보존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추운 날씨에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이은지 기자

지난 17일 추운 날씨에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이은지 기자

국내 유일하게 남은 헌책방거리인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문화자산으로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책방골목의 역사가 곧 국내 도서 시장의 변천사로 보존가치가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20일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만난 양수성(44) 책방골목번영회장은“지금까지 책방골목을 민간 상업시설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역사적 가치가 담긴 공공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관광지로 전락해 5분 동안 사진만 찍고 가는 곳이 아닌 책 문화를 느끼고, 서점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공재의 역할을 담당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청 5억원 투입해 보수동 책방골목 일대 환경개선 #국토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책마을로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6.25 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됐을 때 피난민이 가져온 책을 생활을 위해 팔고, 피난 온 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책을 사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헌책방 골목이 형성됐다. 1960~1970년대 전성기에는 책방이 70여개에 이르렀지만, 대형서점의 등장과 인터넷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현재는 50여개로 줄었다. 책방의 90%가 건물을 임대해 영업하는 데다가 책방 주인의 평균 나이가 60세로 고령화가 심해 폐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장인철 부산 중구 문화관광과장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명맥을 이어가고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부산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사진 변승좌 씨]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부산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사진 변승좌 씨]

보수동 책방골목 일대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은 이미 착수했다. 중구청은 부산시로부터 받은 교부금 5억원으로 공동 서재 설치, 공익광고 캠페인, 광장조성 등을 추진한다. 서점별로 파는 책에 따라 특색을 살린 마스코트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 과장은 “지난 15일 사업 시행사를 선정했고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책방골목에 세금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골목번영회는 향토기업과 손잡고 도서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책방골목’을 열거나 헌책을 기증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계획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과 결부시켜 책방골목을 책마을로 확대하는 사업을 병행한다. 보수동 산복도로와 책방골목을 연계해 공간을 확장하고, 책마을 문화축제를 활성화해 다양한 콘텐트 개발에 나선다. 세계적인 책마을로 거듭난 일본의 ‘간다 고서점 거리’와 영국 웨일스의 책마을 ‘헤이 온 와이’를 롤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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