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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들이 우리 사회로 오는 일자리 통로 열었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

아프리카 난민 출신들을 바리스타로 고용한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 ’평일엔 70~80명, 주말엔 100명씩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아프리카 난민 출신들을 바리스타로 고용한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 ’평일엔 70~80명, 주말엔 100명씩 손님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쪽 좁다란 골목길에 자리 잡은 ‘내일의 커피’는 흔한 커피집이 아니다. 아프리카 난민 출신의 바리스타들이 아프리카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난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2014년 10월 이곳의 문을 연 문준석(34) 대표는 “난민들이 우리 사회로 조금씩 나오는 데 ‘내일의 커피’가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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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문씨가 아프리카 난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부터다. 다니던 교회에서 난민 지원 비정부기구(NGO) ‘피난처’와 연계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3년간 아이가 있는 아프리카 난민 가정들과 함께 놀러 다니는 일을 맡았다.

“처음엔 난민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웠어요. 하지만 오래 지내다 보니 친구가 됐고, 이들이 너무나 밝고 에너지가 넘치며 재능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이런 모습을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 편견만 깨게 해도 이 친구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카페를 플랫폼 삼아 난민들의 재능을 드러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3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가 먼저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서울 명동 ‘탈북난민 지원 카페’에서 2개월 동안 일하며 카페 운영을 배웠다. 그의 사업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반응이 좋았다. 2014년 2월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 ‘위키서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해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선발돼 지원도 받게 됐다.

그는 “‘내일의 커피’는 일하면서 배우는 곳”이라고 했다. “난민들이 이곳에서 일하며 능력 있는 바리스타로 성장해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는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의 커피’에선 직원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한국어와 서비스 교육도 한다. 일종의 직업학교 역할을 하면서도 4대 보험을 제공하고 급여를 통해 살아가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현재 ‘내일의 커피’엔 세 명의 난민 출신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다섯 명의 바리스타 중 한 명은 다른 레스토랑에 취업했다.

‘내일의 커피’ 매장 안팎 어디에도 ‘난민’이라는 표시는 없다. 그는 “선입견 없이 들어온 손님들이 피부색 다른 바리스타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며 ‘아, 괜찮네’ 할 때 편견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난민을 돕는 이유를 물었다. “첫째는 인도적인 차원”이라던 그는 두 번째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죠. 난민들을 계속 외면하면 이들은 음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난민들이 양지로 나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며 한국 사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 아닐까요.”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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