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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끌고라도 오라"···'콩가루' 된 국민의당 의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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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콩가루' 의총...따로따로 브리핑에 유권해석까지 

  국민의당이 ‘콩가루 정당’이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과 자신의 재신임을 건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다.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동료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동료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오후 국민의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안 대표가 제안한 전 당원 투표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안 대표는 불참했다. 의총 시작 전부터 안 대표의 의총 참여를 놓고 실랑이가 오갔다.

▶김경진 의원=“의총장에 설명 못 하는 대표라면 기본적으로 대표 자격이 없다. 대표 사임하든지 공개적으로 나와 떳떳하게 설명해라.”
▶정동영 의원=“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면서 의총에는 왜 나오는 거요. 그 정도 간땡이 갖고 어떻게 당 대표를 하겠어?”
▶유성엽 의원=“끌고라도 와야지!”
▶송기석 의원=“유성엽 의원님 말씀 좀.”
▶권은희 의원=“(노려보며)끌고라도 오라니요!”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권은혜 의원(오른쪽)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끌고라도 오라는 유성엽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권은혜 의원(오른쪽)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끌고라도 오라는 유성엽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파 대다수는 의총에 불참하거나 중간에 자리를 비웠다. 의총에는 24명 의원이 참석했는데, 이중 통합파는 권은희·김수민·송기석 의원뿐이었다.

의총 결과를 발표하는 데도 소란이 벌어졌다. 김수민ㆍ권은희 의원, 김철근 대변인 등 통합파와 김경진ㆍ박주현 의원 등 반통합파가 ‘따로국밥’ 같은 결과를 전하면서다.

의총에서 반통합파는 이런 의견을 모았다.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희망하는 의원 및 당원은 차라리 국민의당을 탈당해서 합당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합당을 빌미로 국민의당 분란과 분열을 유도하는 안철수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내용을 의총에서 ‘의결’ 한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서였다. 김수민 의원은 “대다수의 의견이긴 하나 의결된 사안이 아니다”고 하자, 옆에 서 있던 김경진 의원은 “무슨 소리냐,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두 의원이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헛소리한다”, “말조심해” 등의 막말과 고성도 오갔다.

이때 반통합파인 김경진 대변인은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당이 콩가루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의결 여부를 결정하는) 김 원내대표를 잡아오겠다 ”고 했다. 그러자 권은희 의원이 “녹취록에서 확인했다. 오늘 몇분의 의원들이 참석했고 대체로 이런 데 뜻이 모였다고 발표하겠다”며 의결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경진 대변인이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경진 의원=“아 어디세요, 대표님. 아- 오세요. 대표님이 와서, 그거 대표님이 정리해줘야지. 빨리 오세요!”

김 원내대표가 결국 다시 의총장을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발표문은 총의를 모은 것이다. 참석하지 않거나 다른 뜻을 가진 분도 계시고…. 의총이 통합을 추진하냐 마냐에 대한 의결을 하는 기구가 아니다. 총의를 모았다가 정확한 표현이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김 원내대표가 정리발언을 하는 와중에 또 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반통합파가 의총장으로 들어왔다. 천 의원은 “의총에서 의결됐다. 수정안까지 만들었다”고 했고 조배숙 의원은 “왜 의결이 안 된 거냐. 우리가 발표하기로 한 거 아니냐”고 따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결국 이날 소동은 김 원내대표의 퇴장과 함께 취재진이 자리에서 나가며 일단락됐다. 조배숙 의원 등 반통합파도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함께 자리를 떴다. 국민의당은 2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 당원 투표 실시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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