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류여해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미뤘다. 류 최고위원은 포항 지진 발언과 홍준표 대표를 향한 '막말' 등으로 윤리위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날 윤리위는 오후 5시 회의를 열고 80여 분 가량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주택 한국당 윤리위원장은 "실무진에서는 류 최고위원에게 소명 기회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윤리위원들이 보기에는 너무 급박하게 절차가 진행됐다"며 "26일 오후 4시 소명기회를 주고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말했다.
류 최고위원은 올해 1월 한국당 윤리위원으로 입당해 7월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으며 특유의 입담 덕에 '여자 홍준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최고위원은 지난달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포항 지진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광림 의원이 그를 대신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포항 시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드렸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당규 제 21조에는 해당 행위 등을 한 경우 제명·탈당권유·당원권정지·경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정 윤리위원장은 류 최고위원이 징계위에 회부된 이유에 대해 "여러 건이 있는데 돌출적인 행동을 하고 원색적인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당에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를 '마초'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포함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발표한 한국당 당무 감사 결과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인 류 최고위원은 커트라인을 넘지 못해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이 직후 홍 대표를 향해 "홍 대표는 여자를 무시하는 마초”라고 말하는 등 거친 발언을 이어나갔다.
류 최고위원은 17일 이후 페이스북에 하루에 10여 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홍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19일 "제1야당의 당 대표가 나이가 스무살 정도 차이 나는 40대 중반의, 입당한 지 200여 일밖에 안 되는 정치신인, 여성 최고위원 한명 받아주지도 못하는 포용력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궁금하다"며 "혹시 제가 딸랑이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닌지요"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도 윤리위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류 최고위원은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홍 대표가 윤리위를 열어 본인을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며 “공정하지 않은 당무 감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문제를 처리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다. 류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지난) 최고위에서 ‘이의신청을 받아주는 척은 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한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절차가 진행된다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막말을 한 홍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본인과 홍 대표 중 막말을 누가 더 많이 했는지 도표라도 그려서 비교해 볼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윤리위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날 류 최고위원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연 정준길 전 한국당 대변인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회부 사실은 서면으로 한다. 하지만 통지된 바가 없다. 오늘 윤리위 소집 자체가 위법이므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무효”라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