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에게 7회 1000만원 뜯겼다"…전 구내식당주인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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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한 사립대 총장에게 1060만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내역서.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사립대 총장에게 1060만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내역서.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사립대 총장이 3년 전 이 학교 구내식당 운영업자에게 1000여 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2014년 일곱차례 걸쳐 총장에게 계좌이체 등 1060만원 송금 #A씨 "전임교수 자리, 자판기 사업권 빌미로 돈 뜯어가" 폭로 #대학측 "총장이 빌려준 돈 되받은 것일 뿐" 의혹 일축

이 대학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한 뒤 최근까지 초빙교수로 근무했던 A씨(54)는 20일 “이 대학 총장 B씨(49)가 일곱 차례에 걸쳐 나에게 1060만원을 뜯어갔다”며 “총장은 ‘전임교수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거나 ‘식당 운영권과 학교 부설기관에 김치납품을 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빌미로 수차례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 대학에서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구내 식당을 운영했다. B총장의 금품요구는 2014년 1월~11월까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A씨가 공개한 문자에는 ‘부탁좀 드릴께요. 이백만원 입금좀 해주세요. ○○은행 △△△ 계좌 ××××’ ’백삼십(만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등 총장의 돈 요구 내용이 있었다.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돈을 뜯어갔다고 주장하는 A씨가 20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돈을 뜯어갔다고 주장하는 A씨가 20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A씨는 총장 측근에게 현금을 전달하거나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2014년 6월에는 B총장의 요구로 5만원권 60장을 인출해 300만원을 만들어 놨다. 이 돈은 총장이 직접 가져갔다”고 말했다. 전달된 돈의 용처는 자연학습원 고사비용, 교직원 격려비용, 교직원 모친 병문안 비용 등 개인적 용도가 많았다.  A씨는 자신이 계좌로 보낸 돈 일부가 총장의 접대비로 쓰인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B총장이 전임 교수 자리를 제안한 2014년 1월부터 금품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B총장이 학교에서 위탁·운영하는 모 기관 자판기사업권을 주고 식당에서 김치를 제조해서 학교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납품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김치제조공장을 만든 뒤 조리경영학과를 신설해 전임교수를 하면 좋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A씨는 B총장이 요구할 때마다 돈을 전달했다고 한다. A씨는 “B총장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해 따를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든 뒤 자신으로부터 금품을 상납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보낸 1060만원 중 일부는 교비로 돌려받았다고 했다. 그는 “총장은 식당에서 300만원을 가져간 뒤 ‘학교 총무과에서 다른 행사비로 대체 지급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후 총무과에서 15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지급받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대학 측에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B총장의 교비 횡령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요구한 금품요구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요구한 금품요구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요구한 금품요구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요구한 금품요구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A씨는 구내 식당일을 접은 뒤 이 대학이 위탁운영하는 힐링센터 법인 대표로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일했다. A씨는 “당시에도 B총장이 매일같이 사무실을 들러 30~60만원씩 임의로 현금을 가져갔다”고 했다. A씨는 또 “식당에서 사용하는 쌀 20㎏들이 한 부대씩을 2014년 한 해 동안 매달 집으로 가져갔다”고 폭로했다. 그는 보직을 맡고 있는 30여 명의 학교 관계자들에게 자신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준비하게 하고 집까지 배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증거로 명절 선물을 받은 교직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A씨는 이런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에 발송했다.A씨는 “사회지도층이자 본보기가 돼야 할 대학 총장이 모범을 보이지 못할 망정 수년 간 사람을 이용만 하고 돈을 뜯어갔다는 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향후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쌀을 보내달라는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충북의 한 사립대 총장이 A씨에게 쌀을 보내달라는 메시지. [사진 A씨 제공]

이에 대해 대학측은 “학교 식당 위탁을 맡을 당시 A씨가 사정이 어려워 B총장이 1500만원 현금으로 빌려줬다”며 “A씨가 송금한 돈은 총장에게 갚을 돈을 부분에 나눠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A씨가 오히려 전임교수 자리를 B총장에게 요구하면서 문자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총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대학 평생교육원 초빙교수로 있다가 지난 9월 퇴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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