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담합 주의보'… 벌금 물고 감옥 가고 집단 소송 배상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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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재계에 '담합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담합(카르텔).덤핑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 잇따라 법적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벌금형에 머물렀던 처벌이 징역형에 이어 소비자 집단소송(손해배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반도체에서 가전.항공 등으로 제소를 당하는 지역과 산업분야도 확산하는 추세다.

◆ 해외에선 벌금.징역형에 집단소송까지=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1999년부터 3년간 다른 업체와 담합해 미국 시장에서 D램 가격을 결정한 행위로 여러 형태의 처벌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3억 달러, 하이닉스에 1억8200만 달러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하이닉스 임직원 4명은 미국에서 최근 5~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삼성전자 임직원 7명도 조사받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등은 현지 PC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해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번 소송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려고 2004년과 지난해의 감사보고서에서 각각 수천만 달러를 비용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 감사보고서'에서 "미국법인이 담합 위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해 6700만 달러(약 670억원)를 비용 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대부분과 합의를 마친 상태다. 하이닉스는 합의금으로 1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분야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한국에서 생산된 양문형 냉장고(400ℓ 이상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지난해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을 EU에 제소한 데 따른 조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미 법무부와 EU 집행위, 그리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동시에 화물 운임 담합 조사를 받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은 95~2005년 가입국 중 중국(317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3건에 관세부과 조치를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경제조사본부장은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기세를 떨치면서 각국 정부와 경쟁 기업의 견제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국내에서도 불공정 거래행위 처벌 강화=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과징금을 부과한 담합 행위 사건이 21건이었고, 이들 사건으로 유발된 소비자 피해액이 9970억원에 달한다고 5일 밝혔다. 이는 2004년의 12건(3107억원)에 비해 소비자 피해액이 3배를 넘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앞으로 담합 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을 높이고, 관련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바뀌어 담합 행위 과징금은 매출액의 5%에서 10%까지로 늘었다. 공정위는 최근 담합 사건만을 전담하는 '카르텔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이원호.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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