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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로워요" SNS로 사귄 외국인 애인이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인 '로맨스 스캠'에 당한 여성…SNS로  결혼 약속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여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낸 외국인 ‘로맨스 스캠’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romance·연애)와 스캠(scam·인터넷으로 거래대금 등을 가로채는 신용 사기)의 합성어로 SNS 등에서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SNS에서 50대 여성과 친분을 쌓은 뒤 6만7000달러(약 7300만원)를 챙긴 외국인 일당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SNS로 호감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앙포토]

SNS로 호감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앙포토]

프리랜서 상담사로 일하는 50대 여성은 지난 9월 SNS를 통해 백인 중년 남성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여성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접근했다.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혼했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형외과 의사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호감형인 얼굴 사진을 보냈다.

A씨는 또 "미국에서 일을 마치면 당신을 만나러 들어가고 싶다"고도 했다. 영어에 서툴렀던 피해 여성은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매일 A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혼한 이후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애정 표현도 많이 했다. 실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가 됐고 결혼 약속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날 A씨는 여성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 중인데 말레이시아에 20억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수출하던 중 세관 통과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피해 여성은 A씨를 철석같이 믿고 해외계좌로 7회에 걸쳐 5만2000달러(약 5700만원)를 송금했다.

해외송금 한도 제한으로 더 이상 이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A씨의 금전 요구는 계속됐다. 그는 "해외송금이 어렵다면 한국에 입국하는 자신의 지인에게 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11월 피해 여성과 외국인 B씨가 만나는 장면. [사진 서울중 부경찰서]

지난 11월 피해 여성과 외국인 B씨가 만나는 장면. [사진 서울중 부경찰서]

지난 11월 29일, 피해 여성은 서울 중구의 N호텔에서 A씨의 대리인이라는 B(34)씨를 만났다. 백인 의사인 A씨의 지인 B씨는 흑인이었고 너무 화려하게 꾸민 용모여서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성은 약속한 대로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건넸다.

돈을 주고 집에 돌아온 여성은 상황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로맨스 스캠'이라는 범죄 수법을 접한 여성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미국ㆍ라이베리아 국적의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가 체포된 이후에도 A씨는 4만 달러를 추가로 요구했다. 여성은 이를 경찰에 알린 뒤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현장에 C(36ㆍ미국)씨와 D(57ㆍ독일)씨가 나왔고, 잠복하던 경찰이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의 체포 장면. [사진 서울 중부경찰서]

경찰의 체포 장면. [사진 서울 중부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직접 채팅을 하며 백인 남성 의사를 사칭한 사람이 범행 총책으로 보인다. 현재 단서를 수집해 계속 추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로 밝혀진 국내 피해자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붙잡힌 외국인 3명은 “총책의 지시에 따라 공모한 이후 금전적 대가를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나중에 붙잡힌 외국인 2명은 먼저 입국해 경찰에 붙잡힌 B씨가 연락이 없자 돈을 갖고 달아난 줄 알고 총책의 지시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SNS에 익숙하지 않은 50대를 상대로 친구 신청을 하며 접근했다. 이렇게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로맨스 스캠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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