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대학가|원서교재 확보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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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출판물 국내복제에 대한 한미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3월 신학기를 맞는 대학생들의 원서교재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문공부는 이달 초 미국에 리프린트 서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자를 파견,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협상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서 무단 복제된 책이 2백만부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무단복제·판매행위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측은 불법복제·판매를 막기 위해 행정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오는 3월 신학기에도 불법복제물이 유통될 경우 301조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미국 측의 입장이 이처럼 강경 하자 문공부는 이달 중순부터 리프린트 업계에 무단복제품의 출고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서점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현재 대형서점에서 무단복제서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문공부 관계자는『앞으로 미국출판사와 정식으로 리프린트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 무단복제품 출고를 중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업계의 판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복제서적이 사라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신학기에 들어 대학생들이 구입할 수 있는 미국서적은 비싼 원서나 미국출판사가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판으로 내놓은 책, 그리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식 리프 린트 계약을 맺어 책을 내고있는 <주)연합출판진흥 간행의 제한된 리프린트 서적뿐이다.
이들 책은 대학생들의 수요에 비해서는 크게 족할 뿐 아니라 값이 싸다.
미국 측은 국내 복제품의 판매를 막으면서 정부당국에 이어 민간차원에서 협상하기 위해 이달 중순 미국 측과 만난 김윤선씨(한국 외서 수입협회 회장)등 수입업자에게 ▲원서의 적기공급 ▲아시아 판 공급 등의 방안을 내놓았으나 원서가격은 복제에 비해 최고 10배까지 비싸고 아시아판도 20%이상 비싼 값이다.
또 아시아 판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종류의 책을 다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판으로 나오지 않은 책은 원서를 써야 할 입장이다.
현재로서 대학생들의 원서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원서교재의 일부분을 복사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교재로서의 일부복사는 저작권 보호와 무관하다.
미국서적 복제문제가 이처럼 어렵게 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 미국서적 복제에 한해 10년 소급보호를 약속한데서 비롯됐다. 또 이 협약 후에도 문공부와 업계가 복제품 재고처리를 위해 미국 측과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국내업계는 지난해 미국의 저작권 중계회사인 PAM측과 로열티를 내고 복제물에 인지를 붙여 판매하기로 계약했으나 미국출판계에서 PAM측을 인정하지 않아 불신만 깊게 했다.
미국서적 복제문제는 앞으로 미국 측을 설득, 엄청난 분량의 복제재고품을 양국합의하에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야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일은 3월 신학기에 불법복제품이 서점 등에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서점에 무단복제물이 나타날 경우 미국 측은 즉각 301조를 발동할 수 있으며 복제협상은 파국에 이르게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문공부당국자의 우려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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