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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경쟁 세지는 영화 포기하고 ‘뉴스 제국’ 재현 노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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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06면

디즈니에 21세기폭스 매각한 머독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86·사진)은 왜 21세기폭스의 영화·TV 부문을 디즈니에 넘겼을까.

‘폭스+WSJ+CNN’ 구도 위해 #라이벌 터너의 CNN 인수 야심

머독의 관심이 이제 보도채널 CNN에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CNBC 등 언론에 따르면 머독은 최근 이동통신업체 AT&T를 상대로 CNN 매수 의사를 두 차례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AT&T와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의 합병 심사 과정에서 타임워너의 자회사 CNN을 문제 삼아 승인을 내주지 않는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 행보다.

CNBC는 “머독이 영화·TV 사업을 넘긴 데는 과거의 ‘뉴스 제국’을 재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머독은 최근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뉴스맨’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우리는 전혀 후퇴하지 않고 있으며, 그룹 내 폭스뉴스·폭스스포츠 등을 모아 ‘뉴 폭스’라는 새로운 기업을 2~3년 내에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초거대 인터넷 기업이 진입해 들어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자신의 본업인 ‘정보 전달’에 집중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영화 사업을 매각한 덕분에 머독은 실탄도 충분히 확보했다. 블룸버그는 머독의 재산이 40억 달러(약 4조3600억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CNN 입장에서 머독의 인수 시도는 매우 불편하다. CNN은 태생부터 머독과 ‘필생의 라이벌’인 테드 터너(79)가 1980년에 세운 뉴스회사다. 90년대 머독은 폭스뉴스, 터너는 CNN으로 뉴스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2003년 터너가 아메리칸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실패로 미디어 업계를 떠난 후, 머독은 집요하게 타임워너와 CNN 인수를 시도했다. 논조 측면에서 봐도 머독이 CNN을 인수합병(M&A)할 경우, CNN은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머독 진영에는 현재 미국의 보수 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 친시장적 논조가 확고한 ‘월스트리트저널’이 있다.

AT&T의 CNN 인수를 못마땅해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21세기폭스와 디즈니의 M&A에는 호의적인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번 딜이 일자리 창출에 훌륭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 문제를 놓고선 “미국의 국익에 해롭다”고 비판했다. 다분히 CNN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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