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철벽 계투' 대만 타선 꽁꽁 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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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대만에 2-0 승리가 확정된 순간 이종범·박진만·박찬호(왼쪽부터) 등 승리를 이끈 선수들이 서로 축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서재응

김병현

구대성

박찬호

'삿포로의 아픔'을 멋지게 설욕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통과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한국야구대표팀은 3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투수진의 완벽한 이어던지기와 호수비로 대만을 2-0으로 꺾었다. 3년 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4-5로 졌던 악몽을 떨쳐내는 동시에 8강이 겨루는 2라운드 진출을 예약했다. 한국은 4일 약체 중국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같은 날 대만이 일본을 이기긴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겼지만 힘들었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처럼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다. 한국은 서재응(LA 다저스)-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구대성(한화)-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지난해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투수들을 투입해 대만의 공격을 차단했다. 대만 린화웨이 감독이 "한국 빅리그 투수들에게 졌다"고 밝힌 대로 한국의 마운드가 대만 타선보다 한 뼘 이상 높았다.

1회 무사 1루, 2회 무사 2루 등 초반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한국은 4회 초 2사 2루에서 홍성흔(두산)이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를 때려 0의 균형을 깼고, 5회에는 2사 2루에서 이종범(기아)이 좌중간 담장을 직접 때리는 통쾌한 2루타로 2-0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빅리거 이어던지기'로 대만의 추격을 원천봉쇄했다. 선발 서재응이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의 문을 열었고, 김인식 감독은 7회부터 박찬호를 투입하는 강수로 대만의 기를 죽였다. 7, 8회를 퍼펙트로 막아낸 박찬호는 9회 말 2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유격수 박진만(삼성)의 그림 같은 호수비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박찬호는 "9회 마무리까지 책임지게 될 줄은 몰랐지만 투수코치님과 감독님의 믿음이 집중력을 갖게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6회 1사 1,3루에서 이진영(SK)의 병살타, 8회 1사 3루에서 스퀴즈 실패 등 공격 집중력에 빈틈을 드러냈고, 주포 김동주(두산)가 6회에 1루 슬라이딩하다 어깨를 다쳐 남은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거쳐 정성훈(현대)을 대체 선수로 뽑았다. 정성훈은 미국에서 열리는 2라운드부터 출전할 수 있다. 일본은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니시오카(지바 롯데).후쿠도메(주니치) 등의 홈런포를 앞세워 중국을 18-2 8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1승을 기록했다.

도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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