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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빈 방문에 차관보가 공항영접, 박근혜 땐 선임차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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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난징대학살 80주년인 13일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 등 중국 지도자들이 일제히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열렸다. 같은 날 3박4일간의 국빈 방문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베이징으로 귀경한 시 주석과 14일 오후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할 예정이다. [난징 AFP=연합뉴스]

난징대학살 80주년인 13일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 등 중국 지도자들이 일제히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열렸다. 같은 날 3박4일간의 국빈 방문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베이징으로 귀경한 시 주석과 14일 오후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할 예정이다. [난징 AF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10시40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3박4일간의 방중 일정에 들어갔다.

방문 첫날이 난징대학살 80주년 #시진핑도 노영민 대사도 추모식행 #트럼프 방중 땐 장관급이 공항영접 #일각 “연내 방중 집착하다 택일 실수” #청와대 “차관 대행이 영접나온 것”

이번 방중은 가장 격(格)이 높은 국빈(國賓) 방문이다. 그러나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 없었다. ‘난징(南京)대학살’ 80주년 추도식 참석을 위해 난징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장조리(차관보)와 추궈훙(邱國洪) 주한대사가 나왔다. 군인 50여 명이 도열해 문 대통령에게 거총 경례를 했지만 문 대통령은 5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통상 중국은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에서 부부장(차관) 이상이 공항영접을 했다. 문 대통령의 영접에는 차관보가 나와 격이 낮았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방중 때 공항 영접을 나온 장예쑤이 상무부부장은 부부장 중에서도 선임이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제츠 부장(장관급)의 영접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쿵쉬안유 부장조리는 우다웨이 부부장의 퇴직으로 공석인 부부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고, ‘10월 31일 한·중 사드 협의’의 담당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참석이 예정돼 있던 노영민 주중 대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공항 도착과 비슷한 시간에 진행된 난징대학살 추도식 참석으로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사의 공항 영접도 중요하지만 이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사가 직접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하면서 일정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연내 방중을 목표로 움직이다가 ‘택일’에 실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주석 집권 이후인 2014년부터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제정해 대대적인 행사를 해왔다. 중국 전역이 거국적 추모 분위기에 잠기는 이날 국빈 방문을 시작하는 건 외교 관례상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많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비우면서 정상회담 일정도 모두 14일로 미뤄졌고, 방중 첫날 일정은 교민·경제인 대상 간담회 등으로 채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13일은 한국이 제시한 날짜”라고 말했다. ‘가장 큰 규모의 방중을 만든다’는 원칙에 따라 당초 13~17일 4박5일간의 일정을 제시했지만, 조율 과정에서 충칭(重慶) 일정을 하루 줄여 16일 귀국으로 결정됐다.

이는 무리하게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졌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18일부터 시 주석이 주재하는 연례 회의인 경제공작회의를 시작한다. 17일 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으면 연내 회담 성사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한편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는 이날 난징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초청을 받고도 고의적으로 불참해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해 압박하는 데 대한 못마땅함의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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