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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 두달째 30만명 밑돌아 … 일자리 ‘최강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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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얼어붙은 고용 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자 증가 폭은 20만 명대에 주저앉았다. 청년 실업률은 매달 씁쓸한 기록 행진이다. ‘일자리 정부’라는 정부의 선언이 무색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같이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월 청년실업률 18년 만에 최악 #IT에 치우친 성장, 일자리 못 늘려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정부 정책도 고용 탄력성 악화시켜”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 끌어내야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1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4만5000명이다. 1년 전보다 25만3000명 증가했다. 월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 9월 31만4000명이었지만, 10월에 27만9000명으로 증가 폭이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이보다도 더 줄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20만명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청년 실업난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다. 11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장 구직 활동을 하지 않지만, 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1.4%를 기록했다. 역시 11월 기준으로 관련 지표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이런 일자리 상황은 최근 수출 호전에 따른 ‘경기 훈풍’과 대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5%를 기록했다. 2010년 2분기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이후 3년 만에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이 유력하다.

고용 시장이 경기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뭘까?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를 늘리려면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동시에 고용탄력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고용탄력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용탄력성은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때 고용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고용탄력성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유발계수(기업 매출 10억원당 고용 인원)는 2000년 26명에서 2013년 13명으로 반 토막 났다.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탄성치’는 지난해 기준 0.412다.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고용 탄력성 저하의 주된 이유로 정보통신(IT) 등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최근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는 고용유발 효과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고용 시장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정책이 오히려 고용탄력성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할 수 없고, 영세 기업이 결국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정책도 기업에 ‘노동 절약적 기업 정책’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일 교수는 “일자리는 결국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라며 “인위적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건 부가가치는 늘지 않고 비용만 들어가 장기적인 유지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고용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고용의 양과 질을 위해선 결국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라며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노동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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