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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코앞에서 쓰러진 1위···옆에 달리던 2위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에서 27번 챈들러 셀프가 우승 테이프를 끊고 있다. 셀프는 결승선 183m를 남겨둔 지점에서 넘어졌는데, 2등으로 달리던 아리아나 루터먼이 그를 부축했다. 1위 주자가 테이프를 끊는 순간에도 루터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댈러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에서 27번 챈들러 셀프가 우승 테이프를 끊고 있다. 셀프는 결승선 183m를 남겨둔 지점에서 넘어졌는데, 2등으로 달리던 아리아나 루터먼이 그를 부축했다. 1위 주자가 테이프를 끊는 순간에도 루터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댈러스 AP=연합뉴스]

마라톤 대회 결승선 183m를 남겨둔 지점에서 1위로 달리던 선수가 쓰러지자 2위로 달리던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정신이 외신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챔피언입니다 하! ♪♬ #끝까지 즐긴 2위 주자가 #진정한 챔피언!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ESPN 등 외신들은 전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을 빛낸 최고의 장면’이라며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각각 1위와 2위로 달리던 주자가 마라톤을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막상막하로 1ㆍ2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1위 주자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리더니 넘어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2위 주자는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 본능적으로 1위 주자를 일으켜 세우고 부축했다. 앞으로 치고 나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도 말이다.

다리에 힘이 풀린 1위 주자는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 괴로워했다. 하지만 2위 주자는 넘어질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우며 “당신은 할 수 있다. 거의 다 왔다. 일어나라. 결승선이 바로 저기, 눈앞에 있다” 등 격려의 말을 속삭였다. 바로 결승선 테이프 앞에서는 1승 주자가 테이프에 손을 댈 수 있도록 그의 몸을 잡아주기까지 했다.

결국 결승선 183m 지점에서 넘어져 우승을 놓칠 뻔 했던 1위 주자는 2위 주자의 ‘양보’ 덕분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에서 우승한 챈들러 셀프가 결승선을 끊은 뒤 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댈러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2017 BMW 댈러스 마라톤’에서 우승한 챈들러 셀프가 결승선을 끊은 뒤 부상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댈러스 AP=연합뉴스]

 휠체어로 옮겨지고 있는 우승자 챈들러 셀프. [댈러스 AP=연합뉴스]

휠체어로 옮겨지고 있는 우승자 챈들러 셀프. [댈러스 AP=연합뉴스]

매체에 의하면 쓰러졌던 27번 주자는 뉴욕 정신과 의사인 챈들러 셀프(32)라고 한다. 그는 2시간 53분 57초로 이날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관중은 아낌없이 헌신한 2위 주자에게 더 큰 환호를 보냈다. 댈러스 뉴스 등 언론은 “2위 주자가 1위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셀프의 우승은 없었다”며 함께 달린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17)을 치켜세웠다.

준우승을 한 루터먼은 댈러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밖에 없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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