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영화] 베테랑 작업남 딱 걸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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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오언 윌슨.빈스 본.레이철 맥애덤스
장르: 코미디.멜로
등급: 15세
홈페이지: (www.weddingcrasher.co.kr)

20자평: 참신한 아이디어, 뻔한 결말, 잘 노는 배우

쏠쏠히 차려진 피로연 음식점을 지나면서 은근슬쩍 하객인 양 끼니를 때워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지. 여기, 생판 모르는 남의 결혼식 나들이를 아예 본격적인 레저생활로 삼는 두 남자가 있다. 대신 이네들의 목적은 음식이 아니라 여자다. 다양한 작업방식으로 피로연의 여흥에 들뜬 여자를 유혹해 화끈한 하룻밤 보내기를 거듭한다. 자연히 결혼식에 관해서라면 거의 모든 것을 줄줄이 꿰는 수준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두 남자 존(오언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의 본업은 이혼전문 변호사다.

'웨딩 크래셔'(1일 개봉)는 이처럼 제법 색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로맨스 코미디다. 사실 결론이야 이미 짐작하는 대로다.

'결혼은 노, 작업은 예스'라는 신조로 살아온 이들 앞에 불쑥 운명적 사랑이 나타나고, '작업의 규정'에서 일탈하는 데 따른 시련이 벌어지고, 그래도 이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맺어진다는 '할리우드식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비록 이처럼 뻔한 줄거리지만, 영화는 또 다른 인물 군상으로 전개과정에 굽이를 만들어낸다. 바로 두 남자 가운데 존이 한눈에 반한 여자 클레어(레이철 맥애덤스) 네 식구다. 클레어를 제외하면, 아버지인 현직 재무장관(크리스토퍼 워큰)을 비롯해 하나같이 기괴하고 속물적인 식구들의 성격이 연쇄적인 코미디를 낳는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를 유혹하던 제레미 역시 이 와중에 자신보다 한 수 더 뜨는 상대를 만나 한바탕 소동으로 코미디에 기여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는 두 남자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으뜸이다. 영화 제목에 따르면 '결혼파괴단'인 두 남자는 영화 초반부의 숱한 결혼식 장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하객이다. 종교·인종에 따라 다양한 풍습에 적절히 맞춰가며 온몸 바쳐 춤추고 놀아주는 모습 자체가 볼 만한 구경거리다.

극중 두 남자의 호흡 역시 수준급이다. 결혼식장마다 바뀌는 이름.직업.신상의 조합에 서로 척척 장단을 맞춰주는 솜씨가 대단하다. 둘 사이에는 '몇 조 몇 항'으로 암기하는 작업규정집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오언 윌슨은 '쥬랜더' '상하이 나이츠' '아이스파이' '스타스키와 허치'를 거치면서 어느새 두 남자배우가 쌍끌이하는 형식의 코미디에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빈스 본은 리메이크작'사이코'처럼 심각한 연기부터 국내에 소개되기는 했지만, '피구의 제왕'을 거쳐 이제는 코미디 배우로서의 모습이 편안하다. 그래도 빈스 본이 낯설다면, 브래드 피트와 이혼한 제니퍼 애니스톤이 요즘 사귄다는 바로 그 남자다. 잘생긴 남자 보다 웃기는 남자가 낫다는 건, 적어도 이 코미디 영화에서는 맞는 말이다.

요즘 할리우드 코미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배우 윌 페렐도 영화 막판에 반짝 출연한다. 이 남자들의 '피로연 순례'의 기원이 만만히 볼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역할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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