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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24시간…"가짜뉴스"라던 CNN으로 시작하는 하루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내는 24시간이 소개됐다. 새벽 5시 30분, 트럼프 대통령이 눈을 뜨자 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연일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며 한 때 백악관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에서 제외시키기까지 했던 CNN 뉴스를 보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와 측근, 지인, 의회 관계자 등 60명을 인터뷰 한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24시간과 트윗 행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의 관계를 다뤘다. NYT는 그의 하루를 이른바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시간 전투'라고 일컬었다.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침실에서 일어나자 마자 CNN을 시청하고, 이어 자신이 선호하는 폭스뉴스를 시청한다. 때로는 그의 TV 시청은 MSNBC의 '모닝 조' 프로그램까지 이어진다. '모닝 조'의 앵커 조 스카버러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NBC가 시청률도 낮은 조를 해고할 것인가"라는 트윗을 올리는가 하면, 조 역시 "뉴스 그만 보고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보라"며 공방을 벌인 바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아침 방송 시청을 통해 그날의 메시지를 구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MSNBC의 아침 방송 '모닝 조'. [사진 트위터]

MSNBC의 아침 방송 '모닝 조'. [사진 트위터]

TV 시청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을 들고 트위터에 접속하기 시작한다. NYT는 그가 종종 이 때까지도 침대 베개에 엎드려 트윗을 하고는 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가 아서왕의 검(劍)인 '엑스칼리버'와도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케이블 뉴스의 '주문'과 하루 10여병의 '다이어트 콜라'에 힘입어 트윗으로 비판자들을 공격한다"고 묘사했다. TV 시청은 그가 트윗을 하기 위한 무기(탄약)이라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MSNBC '모닝 조'의 진행자들을 맹비난한 바 있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MSNBC '모닝 조'의 진행자들을 맹비난한 바 있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TV 시청은 계속된다. 백악관 '다이닝 룸'에 설치된 60인치 TV는 회의 도중에도 켜져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회의 도중에도 음소거 된 TV 화면 속 자막이나 제목을 주시한다는 것이다. TV 리모컨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일부 지원 요원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은 그가 이처럼 하루 최소 4시간, 최대 8시간 가량 TV를 시청한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TV 뉴스 제목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17일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당시 국토안보부 장관)과 코네티컷 뉴런던의 미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행사에 참석해 국가가 연주되자 경례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17일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당시 국토안보부 장관)과 코네티컷 뉴런던의 미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행사에 참석해 국가가 연주되자 경례하고 있다.[AP=연합뉴스]

NYT는 4성장군 출신의 존 켈리 비서실장 아래의 백악관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켈리 실장은 40여년의 군생활 동안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막내 아들을 아프간 전쟁에서잃은 '뼛속까지 군인'인 인물로, 라인스 프리버스 전 실장에 이어 '2기 백악관'을 이끌고 있다.

켈리 실장은 백악관 입성 이후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보고라인을 철저히 통제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버스의 '1기 백악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앞은 보고를 위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2기 백악관'에선 그가 집무실 문을 거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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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일정을 묻거나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켈리 실장과 하루에도 10여차례에 걸쳐 통화를 한다고 전했다. 또, 만찬이나 골프를 즐기는 와중에도 4~5차례의 전화가 오간다.

NYT는 켈리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을 줄이기 위해 차분하고 정중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이 이같은 '통제' 시도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를 '동료'로 여기며 그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UPI=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취임 이후,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언론의 의혹 제기에 역공과 반격을 벌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자기보존을 위한 실시간 전투'라고 규정한 이유다.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자신의 위신을 실추시키기 위한 음모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손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리버럴 좌파'와 언론이 자신을 파괴하려한다고 강하게 믿고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방식은 역공과 반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타운(워싱턴 정가)의 리듬을 배우고 있다"며 "그의 대통령직은 여전히 '진행 중인 일'로,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재앙'에서 '홈런' 까지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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