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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노인3명, 도심서 죽은개 토막 낸 목적과 처벌은? 여중생 청원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대 노인들이 개소주를 담기 위해 죽은 개를 토막냈다가 버린 인천 계양구의 한 공터. [연합뉴스]

70대 노인들이 개소주를 담기 위해 죽은 개를 토막냈다가 버린 인천 계양구의 한 공터. [연합뉴스]

70대 노인 3명이 개소주를 담으려 도심 한복판에서 죽은 개를 토막 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계양서 70대 노인 3명 불구속 입건 #일해 중 한 명이 "개소주 담게 토막" 요청 #이들은 여중학교 인근 공터서 버젓이 범행 #학생들이 항의하자 버리고 헝겊으로 덮어 #경찰, 살지 않고 죽어 있어 동물학대 아냐 #민법상 '개는 물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주인 못 찾으면 '폐기물관리법 위반' 검토 #여중생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3만명 동의

인천 계양경찰서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A씨(70)와 B씨(70·여) 등 70대 노인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동물 학대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살아 있는 개가 아닌 죽어 있는 개를 토막 냈기 때문이다. 민법상 개는 물건으로 분류돼 이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이들의 범죄 혐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개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다. 경찰은 이를 위해 죽은 개를 토막 낸 뒤 이를 헝겊으로 덮어 놓은 채 방치한 혐의(폐기물법 위반)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A씨 등은 지난달 29일 정오쯤 인천시 계양구 모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점화기와 흉기를 이용해 개의 사체에 불을 붙이고 토막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인근 중학교에 있던 여중생들이 이 모습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개고기 및 동물학대추방 캠페인.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개고기 및 동물학대추방 캠페인.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당시 학생들과 교사들이 A씨 등에게 항의하자 이들은 토막 내던 개를 내려놓고 헝겊으로 덮은 뒤 사라졌다. 개 사체는 구청에서 나와 처리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씨 등의 신원을 파악한 뒤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A씨는 이웃 주민인 B씨가 “개소주를 담으려 하는데 죽은 개를 좀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C씨(76)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앞서 자신이 일하는 식당 부식창고에서 개 한 마리가 죽어 있자 개소주를 만들어 먹으려고 A씨 등에게 토막 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살아있는 개가 아닌 죽어 있는 개를 토막 낸 것으로 확인돼 동물 학대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현재 혐의 적용을 어떻게 할지 법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에서 70대 노인들이 죽은 개를 토막낸 논란이다. 당시 범행장명을 본 한 여중생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 캠쳐 화면.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인천 계양에서 70대 노인들이 죽은 개를 토막낸 논란이다. 당시 범행장명을 본 한 여중생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사진은 청와대 홈페이지 캠쳐 화면.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한편 당시 A씨 등의 범행 장면을 목격한 한 여중생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여중생은 글에서 “오늘 학교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 빌라(경찰조사결과 공터)에서 한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많은 학생이 보고 있는 가운데 아주 잔인하게 죽였다”며 “자신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마구 찌르고 토막 내며 심지어 불로 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해놓고도 그 할아버지는 죄책감 하나 느끼지 못하고 달랑 헝겊 하나만 덮어두고 사라졌다”며 “이를 본 저를 비롯한 몇몇 학생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적었다.

또 “학생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준 이 학대범이 꼭 법에 따라 정당하게 처벌받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그러기 위해 동물 학대 처벌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강화해 동물 학대범들이 죄에 맞게 처벌받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1시40분 현재 3만3170명이 ‘동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1개월 안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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