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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도전 나선 ‘강남역의 전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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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28면

‘아트몬스터’ 박재우(61) 대표의 별명은 ‘강남역 7번 출구의 전설’이다. 지금은 11번 출구로 바뀐 이 일대에서 그는 무려 24개의 업장을 운영했다. 대박 낸 가게만 8곳. 16곳은 3년 안에 투자금을 모두 뽑았다. 실패한 매장은 4곳에 불과하다. “제가 운영한 업장들과 시티 극장이 강남역 7번 출구 상권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41> 아트몬스터

그는 상사맨이었다. 해태상사 전자부문에서 LA와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전자 제품을 팔았다. 하지만 재고 장사에 싫증이 났고 현금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본에서 장사 잘 되는 곳을 보면 주로 환승이 많은 곳, 역세권이었습니다. 바로 강남역이 떠올랐고 커피숍으로 외식업에 발을 디뎠죠.”

약간의 시행착오 후 장사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1997년 시티극장 뒤에 오픈한 레스토랑 ‘팔로알토’는 하루 9~10 회전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어서 낸 패밀리 레스토랑 ‘파빌리온’을 비롯해 ‘백성공주’ ‘프리베’ ‘크레이지 후크’ ‘봉순이 언니’ ‘통통배와 오징어 낙지’ ‘매그놀리아’가 줄줄이 히트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건물 5개를 매입했고, 강남역 땅값이 10배 오르며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비결이 뭘까. “상품력, 콘텐트의 중요도가 가장 큽니다. 70% 정도. 그 외 상권과 입지력이 20%, 인간력이 10%에요. 어떤 콘텐트를 탑재했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오픈해 보면 80%는 바로 답이 나와요. 컨셉트에서 이미 게임이 끝나는 겁니다.” 바로 되물었다. “좋은 상품과 콘텐트를 알아보고 만드는 능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공부입니다. 외식업의 가장 큰 고객은 여성이에요. 트렌드를 읽고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잡지만 한 달에 30개 이상 봅니다.”

그런 그가 고심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수제맥주공장’이다. 투자비가 많이 들고 진입 장벽이 높아 아무나 쉽게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운영의 핵심은 맥주 제조.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본 그는 미국 월가에서 펀드 매니저로 근무하던 장남 진호(35)씨에게 맥주 공부를 권했다. 그 뒤 5년간 미국과 독일의 유명 양조 교육기관에서 브루마스터 과정을 밟은 그는 바로 상업화할 수 있는 맥주 레시피 80개를 확보한 상태다. 맥주 대회에서도 70여 개 상을 수상했다. 또 과감하게 100억원을 투자해 지난 5월 경기도 군포에 1983.4m²(600평) 규모, 4층 건물의 맥주 제조공장을 완공했다. 독일에서 최고급 양조기계도 들여왔다.

아트몬스터는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 문정동에 이어 지난달 익선동에 직영매장을 오픈했고, 성수동점도 곧 문을 연다. 오늘 소개할 매장은 익선동점이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골목들을 따라 걷다 보면 깔끔한 흰색 간판에 담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맥주 맛이 예술이네.” 이 슬로건에서 아트 몬스터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했다.

매장 곳곳에서 박재우 대표의 감각이 돋보이는 콘텐트를 만나볼 수 있다. 메뉴판만 봐도 청담동 며느리·몽크푸드·이태원 프리덤·첫사랑 향기·세종대왕 등 수제 맥주 각각의 맛과 특성을 위트 넘치는 이름과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잡지를 보며 연구하고 직접 카피를 쓴 결과물이다. 가격은 340ml~415ml가 5500원에서 6500원 선. 자체 공장에서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맥주용 안주는 크게 치킨과 피자다. 음식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개발 과정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치킨’이란 단어가 나온 순간부터 닭고기의 구분·맛·스타일에 대한 얘기가 줄줄 나왔다. 그는 셰프를 쓰지 않는다. 직접 메뉴를 개발해 주방에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한다. “맛과 가격의 기준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전국 200개 치킨집에 가보고 저희 매장에 가장 적합한 맛을 찾아 메뉴로 구현했어요.”

막 튀겨낸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닭을 다른 곳보다 잘게 썰어 내 20피스로 낸다. 피자는 100여 군데 맛집을 가보고 화덕에 이태리산 밀가루를 쓰는 나폴리식 피자를 채택했다. ‘도우’에 신경 써 쫄깃한 맛을 극대화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주문 매대 근처에 크게 붙어 있던 ‘벤강’이라는 사훈이다. ‘살아갈 인생이 구말리인데 폼 나게 살아야 될 것 아이가. 벤츠 타고 강남 아파트 살자’의 약자다. 직원들을 모두 벤츠 타고 강남 아파트에 살게 하겠다는 박 대표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장기 로드맵도 짜놓았다. 5년 이상 근로 계약을 한 직원들은 아트몬스터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내 가게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사기도 높다.

컨셉트부터 콘텐트·상권·메뉴·직원까지 탄탄하게 준비되었으니 손님이 없으면 외려 이상할 지경. 문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저녁 때면 웨이팅이 걸린다. 아트몬스터가 맥주 업계의 괴물(몬스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지민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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