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씨, 다른기업 돈도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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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31일 권노갑(權魯甲.구속)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4.13 총선 무렵 현대 측에서 받은 2백억원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거액의 비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 자금 흐름을 캐고 있다.

문효남(文孝南) 대검 수사기획관은 "權씨와 관련 인물 등에 대한 수사와 계좌추적 과정에서 權씨가 추가로 뭉칫돈을 받은 의혹을 포착했다"며 "돈의 출처 및 규모와 대가성 여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權씨가 추가로 받은 돈이 SK해운이 2천억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통해 마련한 비자금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 중이며, 이르면 이번주에 현대와 다른 기업들에서 돈을 받은 다른 정치인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權씨가 현대에서 받은 돈의 규모로 볼 때 추가 비자금 규모도 최소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현대 비자금 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金榮浣.50.해외 도피) 씨가 작성한 진술서를 최근 변호인을 통해 받았다.

金씨는 진술서에서 "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2백억원을 받아 이 중 1백50억원을 權씨에게 전달했고 나머지 50억원을 權씨를 위해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權씨가 나에게 10억원을 빌려 총선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權씨는 "총선 전 지인 5~6명에게서 현금 1백억원과 金씨로부터 10억원을 빌려 김옥두(金玉斗)의원에게 제공했으며, 빌린 돈의 80% 정도를 갚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金의원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벌인 결과, 돈과 관련한 진술 내용이 달라 權씨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날 權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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