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하임」스캔들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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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홍성호 특파원】「발트하임」오스트리아 대통령(69)이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로 복무했던 시절 인도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했었다는 조사보고서가 최근 발표되면서 그에 대한 사임압박이 가중되는 등 오스트리아가 전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8일 공개된 2백2페이지짜리 조사보고서에 대해 정부측에서는 「발트하임」대통령이 완전히 사면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보고서를 작성한 미·영·서독 등 6인의 위원회측은 그가 2차대전 당시 발칸반도에서 독일군장교로 근무하면서 범죄행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불의에 반대해야하는 「인도적인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그러나 「발트하임」대통령는 계속 유관설을 부인해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보고서가 「프라니츠키」수상에게 제출되면서 그동안 누차에 걸쳐 그가 소속했던 부대가 나치전범행위에 개입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발트하임」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졌을 뿐 아니라 조심스럽게 균형이 유지되어온 사회당과 「발트하임」을 지지해온 국민당 연립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나온 서독주간지 슈피겔(2월1일자)의 폭로기사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오스트리아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슈피겔지는 「발트하임」씨가 제2차대전중 유고슬라비아에서 약 4천2백명의 주민을 강제수용소에 이송하는 대규모작전에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서류를 입수했다고 폭로, 이를 사진과 함께 보도했었다. 이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다면 연정붕괴와 이에 따른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지고 승산이 적은 반대당으로서는 「발트하임」의 재집권 후에도 같은 문제로 계속 트집을 잡을 것이 예상되어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혼미상태는 쉽사리 풀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런 난국을 수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발트하임」의 사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자신은 단호하게 이를 거부하고 있는 입장이다.
또 대다수의 국민들도 「발트하임」대통령의 사임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72%가 그의 임기존속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빈대학의 정치학교수「페터·게를리히」박사는 『대통령의 어두운 과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는 있으나 그것이 단지 시간의 흐름만으로 잊혀질 수는 없다. 결국 오스트리아 국민은 분명한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혀내 그것과 직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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