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KTX 무안 경유, 1조3000억원이 끝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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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안공항 경유를 위해 호남고속철도(KTX) 광주송정~목포 노선이 ‘ㄷ’자로 휘고 사업비도 1조1000억원가량 더 투입하게 된 것(중앙일보 12월 7일자 1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항에도 천문학적 혈세 들 것” #박지원 “경부선 KTX도 우회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2조4731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노선(77.6㎞)을 추진하기로 확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안도 6일 통과시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000억원짜리 무안국제공항에 KTX 경유를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데 합의했다”며 “문제는 1조3000억원이 끝이 아니다. 활주로를 추가로 깔고 비행기 정비, 제조공장 등을 들여오기 위한 천문학적 혈세가 더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따져 봐야 할 게 많은 이 사업은 경제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정치야합식 뒷거래로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며 날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당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주당의 2중대 정당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런 꼼수, 구태정치는 조만간 자승자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면 KTX 무안공항 경유를 주도한 국민의당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호남 차별’이라고 맞받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호남선 KTX는 경부선 KTX에 비해 (완공이) 15년 늦게 되는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정권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지역차별 정책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번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현재 경부선 KTX도 대구~부산 직선거리가 아닌 신경주역·울산역을 우회해 경유하고, 호남선 KTX도 오송역을 신설해 경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형평성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국토교통부 측은 호남고속철도 사업이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30대 프로젝트’로 선정된 것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 없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전북도청 관계자는 “당시 새만금 사업도 30대 프로젝트에 포함됐지만 현재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KTX 무안공항 경유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주장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정부의 이 같은 ‘고무줄 기준’을 지자체들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면제를 해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운·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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